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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Jun 11. 2024

수학 과외 시켜보려고요.

오늘 오후 아들의 수학 과외 상담이 있다. 모르는 사람은 유난이라 과외를 시키냐고 할 수도 있겠다. 본론부터 말하면 아이는 거의 공부를 하지 않고 지낸다. 그저 노는 게 일인 아이다. 시험을 보면 달라지겠지 생각했다.


중2까지 놀리는 엄마가 있냐고 묻는다면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시켜도 보고 나름 말 잘 듣는 다른 아이랑 같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공부를 왜 해야 하냐고 묻더니 그냥 놓았다. 공부도 운동도 그냥 학교만 왔다 갔다 했다.


‘하고 싶은 순간이 오겠지’ 하면서도 불안함을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중2 중간고사를 보고 수학은 정말 어쩔 수 없다는 걸 안 아이는 과외를 하겠다고 했다. 원래 잘하지는 못하지만 수학이 평균점수를 처참하게 내리꽂았다.


“엄마 수학학원도 어려워요. 정말 과외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수업시간에 이해를 못 하니 수업은 못 듣고요. 문제 자체를 이해 못 해서 아예 모르겠어요.”

아들은 예상외로 본인의 문제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과외 선생님을 찾아봤고, 아이에게 다시 한번 확답을 받으려고 하니

“수학은 포기하고 다른 걸 열심히 할게요.”

어쩐지 쉽더라니 그 며칠사이 마음이 변했다. 아이가 대면 상담과 모의 수업을 진행해야 해서 확인했더니 좀 더 생각해본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6월, 7월이면 다시 기말고사 기간.

“엄마 수학 과외 할 수 있을까요? 저 이제 바로 할 수 있어요.”

혼자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동안 사교육을 안 한 녀석이니 수학과외정도는 시켜보자 생각한다. 친구들에게 공부한다고 이야기했더니 수학@@점이 공부하면 오르냐? 아마도 이 멘트가 아이를 공부하게 만든 것 같다. 보기보다 자존심이 강한 녀석이라 수학은 낮아도 국어, 과학, 사회 같은 과목으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다가 마음을 정한 것 같다. 누군지 모르지만 나는 저 한마디를 해준 아들 친구가 고맙다.


엄마인 내 말은 그냥 잔소리로 지나쳤지만 농담반 진담반 친구의 한마디는 아이에게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다. 아들도 왜 주 2회만 할 수 있는지 안다. 친구들도 그랬단다. 공부도 못하는데 비싼 과외 시켜주실까?라고.


못하니까 지금 선생님이랑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수업을 이해하고 적정 수준이 되면 과외보다 학원으로 바꾸면 되니까 부담은 넣어두고 공부하자라고 말했다.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몰라도 아는 척하는 게 더 부끄럽다고 이야기도 해줬다. 아이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좋겠다. 잠시 혼자 반성을 했으면 좋겠는데 이건 엄마의 욕심인 것 같다. 한 번에 성적이 오른다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지만 이 점수에서는 더 떨어질 수도 없으니 아이는 아마도 공부를 하면 되는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을 것 같다.


아이 주변에는 다양한 친구들이 있다. 공부를 잘하고 상점도 받는 우리 반 1등이랑도 친하고, 본인보다 수학을 더 못하는 친구도 있다. 다 같이 친하면 나 같으면 공부 잘하는 아이보고 욕심을 낼만도 한데 우리 집 아들은 ‘나보다 못하는 애도 있어.’ 자기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이제 자기 위안을 내려놓고 현실을 보는 것 같다.


집 앞에 고등학교를 두고 성적이 부족해서 타 지역으로 갈 수 없다는 결심도 한듯하다. 성적이 좋아서 상위권 학교를 찾아가는 것과 할 수 없이 가는 것은 많이 다르니까. 우리 지역은 평준화와 비평준화 중 선택해서 지원할 수 있다.


믿고 기다리면 되겠지 생각을 하면서 이제 포기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다. 관심도 없는 아이로 남 좋은 일만 시킨 적도 있다. 사교육은 엄마의 불안을 이용한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 오후 오시는 선생님은 우선 남자분인데 어떤 분이 오실지 궁금하다. 다른 여자 선생님은 통화 시에 느낌이 좋았는데 아직 상담시간을 안 정해주셔서 더 기다려진다. 우선 두 분을 만나보고 선생님부터 정해야겠다. 아들이 마음이 변화기전에, 시험 전에 문제 유형 몇 개라도 배워서 시험지를 이해하며 시험을 볼 수 있게~


아들, 항상 응원해. 너는 너 대로 빛나. 다른 사람이랑 비교하지 말고 너 스스로가 중심을 잡는 사람이면 좋겠어. 어제 엄마랑 같이 세계사 수행공부 해서 그것도 고맙고 네가 안 보이게 혼자 노력하는 걸 엄마가 몰라준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어. 우리 다시 또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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