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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Jul 03. 2024

알바를 하다가 중간에 집에 왔다

오늘은 아니고 6월의 어느 날 하루 알바를 갔었다. 4월에 1번 가봤고 우연히 같은 곳이라 또 신청을 했다. 책상에서 멍만 때리는 것보다 하루 다녀와야지 하는 마음이 컸다.      


도서관  에세이 수업도 끝나고, 토론자격증도 끝나고 시간 여유가 있다. 조금 더 글을 많이 써도 되고, 강의안 수정 등 할 일은 있었지만 몸을 움직이고 싶었는데 이제는 알바를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처음 알바처럼 라인에 서서 제품을 하나씩 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박스정리를 했다. 포장하면서 널브러진 박스를 하나씩 챙겨서 버리고 두 가지 품목은 접어서 구석에 모았다. 처음 알바를 갔을 때 남편이 편한 곳에 다녀왔다고 했을 때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는데 같은 현장이지만 힘든 일을 해보니 무슨 말인 줄 알 것 같았다. 그냥 박스 정리가 힘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긴 어딘가? 나는 누구?’ 싶었다. 그만큼 내가 활동량이 부족하고 몸에 근육이 없는 운동 부족 몸이라는 걸 알았다. 9시부터 1시까지 오전 4시간에 11400보 넘게 걸었다.   

   

오전 일 중간 쉬는 시간 11시에 너무 힘들어서 ‘오늘 이거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점심 먹고 정신 차리면 되겠지 했는데 착각이었다. 땀은 비 내리듯 나고 허리는 이대로 반으로 접혀 버릴 것 같다. 한 자리에 서서 손만 움직이면 괜찮을 수도 있지만 이건 박스 접어 가져다 버리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이러다 내가 여기서 쓰러지는 건 아닐까?’알바하러 왔다가 병원비가 더 나오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      


같이 박스 정리를 하는 분은 몽골분이셨다. 그분도 너무 힘들다고 퇴근 때까지 힘들어서 못하겠단다. 나보다는 능숙하게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하셨지만 본인도 많이 힘들었나 보다. 중간에 한소리도 듣고 날라 오는 박스에도 맞으면서 점심시간. 더는 못하겠다. 오후에는 위치를 바꿔 달라고 해야겠다. 생각하다 그냥 집에 갈까? 생각이 꼬리를 문다.     


고민하며 분위기를 보는데 낯선 한국어로 "밥 먹어." 한마디가 들린다. 말도 없고 조용한 나는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외국인으로 보였나 보다. 그래 밥 먹으면 괜찮아지겠지. 다이어트 중이라 그래~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는데 도저히 밥이 안 넘어간다. 너무 힘들다. 이건 밥 먹고 쉬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차에 잠시 앉았다가 현장에 있는 반장, 팀장에게 “머리가 너무 아파서 오후에는 못하겠다.” 고 했더니 퇴근에 체크하고 들어가라고 한다. 차에 앉아 시동을 거는데 멀미가.. 더위를 먹은 건지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린다.      


멀미를 하는 사람도 운전석에서 운전하면 멀미가 안 난다는데 나는 내가 운전하는 차에서 멀미를 하면서 집에 왔다. 남편이랑 통화를 하는데 밖에서 힘들게 돈 버는구나 다시  느꼈다. 간단하게 알바하다 힘들어서 집에 간다고 했더니 정말 하고 싶은 일, 글 쓰라고 하는데 눈물이 핑돌더라.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다른 곳에 시간을 버리지 말라고 하는데 고맙고 민망하고 열심히 써야겠다 생각했다. 다음 날도 나는 컨디션이 별로였고 내가 좋아하는 일도 못하겠더라. 체력을 먼저 길러야겠다.



남편 말대로 오늘도 알바가 편했다면 나는 또 간간히 알바를 갈 계획을 세울지 모른다. 어쩌면 힘든 일을 하게 된 게 다행인지도.. 마음을 조금 정리하기도 했으니까.


글 많이 쓰고 투고 열심히 하자.

거절에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 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을 계속하는 건 익숙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일을 좋아해서 인 것 같다.


내가 지금 쓴 이 글이 당장 통장에 숫자로 나타나진 않지만 내가 가는 길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는 걸 알면서도 눈에 보이는 것을 원했던 나는 직접 경험하고 서야 배웠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내가 하는 일이 나에게는 가장 쉬운 일이라는 걸.


시간을 들인 만큼 당장 나타나진 않지만 들어간 시간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걸 이제는 아니까 내 글을 사랑으로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지.


오늘도 전업작가를 꿈꾸는 글 쓰는 초보 작가들 모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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