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차에 불이 나고 남편을 다시 보게 됐다

by 오연서

남편은 화물차로 전국을 다닌다. 덕분에 나는 글도 쓰고 강의도 한다. 여유롭지는 않지만, 하나씩 해볼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한편으로는 내가 능력이 없다는 반증 같기도 하다. 그가 없다면, 나는 지금처럼 활동할 수 있을까.


1월 10일과 11일, 눈이 많이 왔다. 영덕–청주 고속도로 16중 추돌사고 뉴스를 보며 고민하던 남편의 얼굴이 스쳤다. 눈길이 위험해서 그 방향은 제외했었다. 이틀 사이 사망자만 7명. 부상자까지 합치면 열 명이 넘는다.


언제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남편이다. 그런데 그런 남편의 차에 불이 났다. 집에 잠시 들렀던 30분 사이였다. 다행히 사람은 다치지 않았다. 수리 기간 한 달, 견적 천만 원. 속상하다. 나보다 그가 가장 속상할 것이다.


화물차는 남편의 전 재산과도 같다. 시작은 사기로 구입한 6년 된 중고차였다. 2013년, 직장생활만 하던 남편은 그 차로 자기 일을 시작했다. 시작부터 사기라 힘들었지만, 남편은 7년을 버텼고 2020년에 본인 트럭을 새로 샀다. 1억 2천만 원. 우리가 집을 늦게 장만한 이유이기도 하다. 화물차 두 대면 작은 아파트 한 채 값이다.


불 난 차에 달려갔을 때, 혼자 불을 끄고 있는 남편이 있었다. 불은 다 꺼졌고, 남편은 괜히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 같았다. 나는 차에 없어서 다행이라고, 그때 차에서 잠이라도 자고 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고 토닥였다. 그러고 나서 현실로 돌아왔다. 수리비는, 수리기간 생활비는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내가 일정한 수입이 있었다면 덜 불안했을까.


남편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날따라 잠깐 집에 들렀다. 30분도 머무르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씻고 밥 먹고, 새벽에 나가거나 다음 날까지 더 오래 머물렀을 텐데. 만약 그랬다면 차는 어찌 됐을까. 그 옆에 다른 차로 불이 옮겨 붙었다면.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나는 다시 ‘이만하길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사고 일주일째, 남편은 근처에 아르바이트를 나갔다. 생각보다 긴 수리 기간과 천만 원이라는 큰 금액 앞에서 무턱대고 쉴 수는 없을 것이다. 양 어깨에 우리가 올라타 있으니. 십 년 넘게 운전만 하던 사람이 새로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씩씩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린이다. 한동안 들쑥날쑥하던 출퇴근이,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는 생활이 됐다.


나는 남편이 무엇이든 우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해내는 모습을 보며 깨닫는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라는 걸. 어쩌면 나랑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단단한 사람이 허허 웃으며 내 투정을 받아준다. 나는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남편의 애정 표현을.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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