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하고 나온 말끔한 남편을 보며 역시 동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서는 마음으로 다닌다는 남편의 알바. 설 연휴를 보내고 이번 주는 야간 출근이라 이른 저녁을 먹고 씻은 뒤 커피를 마시는 남편이 참 반질반질 잘생겨 보였다.
“며칠 쉬더니 다시 회복했네. 오빠는 아무리 봐도 동안이야. 내일 아침에는 이 얼굴이 없겠지?”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 원래도 밤낮없이 불규칙하게 일했다. 그래서 저녁 출근이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쉰이 넘어서 본인이 원해서가 아니라 짜인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는 모습은 괜히 짠하다. 살면서 운전이 제일 편했다며 라인 작업은 힘들다고 한다. 기간을 정해 두고 하는 일이라 버티고 있지만, 익숙해진다 해도 계속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 일하고 나오지 않는 대학생도 있고, 국적이 다양한 외국인 노동자들도 있다. 그 안에 남편도 섞여 있다. 나는 몸을 쓰는 일을 많이 해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생각보다 훨씬 힘든 것 같다. 어디 가서 손이 느리다거나 일을 못한다는 소리는 안 듣는 사람인데 그 현장에서는 내가 부족한가 생각하게 된다고.
내가 해본 육체노동은 고작 2.5일이다. 처음 했던 알바가 비교적 편해서 쉽게 생각했다. 고정이 아닌 용역이라 자리가 비는 곳에 배치되다 보니, 힘든 자리에서는 이러다 죽겠다 싶은 순간도 있었다. 앉아서 글을 쓰고, 직장생활도 대부분 사무직으로만 지냈던 내가 여름 물류창고를 버티는 건 쉽지 않았다. 같은 현장이니 같은 일만 하겠지 생각했던 어리숙한 초보 알바. 머리가 안 돌아가면 몸을 쓰면 되지, 돈도 벌고 운동도 된다는 생각은 참 오만했다.
지금 남편도 차량 화재로 참회하는 마음이라는 걸 알아서 더 마음이 짠하다. 계속 서서 하는 작업이라 10년 넘게 앉아서 운전만 하던 남편에게는 꽤 힘들어 보인다. 퉁퉁 부은 발을 보고 힘들면 그만하라고 말했었다.
남편은 새 슬리퍼도 사 보고, 같이 일하는 직원이 운동화를 신는 걸 보고 운동화도 챙겨 신으며 어느덧 4주 차가 되었다. 요령이 생겼을까. 조금은 적응했을까.
설 선물 세트를 들고 퇴근하던 남편 얼굴이 떠오른다.
“나도 주던데.”
개인으로 일하고 나서는 받는 명절보다 주는 명절이 더 익숙했는데, 한 달도 안 된 알바도 명절 선물을 받았다. 문득 남편이 자영업자가 아니라 직장인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어떻긴 어때. 그랬다면 나 역시 지금처럼 프리랜서 작가가 아니라 직장인이었겠지.
오늘도 알바하는 남편, 파이팅.
가정을 생각하며 버티는 모든 가장들도 힘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