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벌이 끝났다

by 오연서

남편의 벌이 끝났다. 딱 4주간 공장 알바를 했다. 중간에 설날 연휴가 있기도 했지만 긴 시간이었다.

2월 마지막 주면 나오겠지 하던 남편의 화물차는 3월 첫 수요일 저녁에 다시 집으로 왔다.


1400만 원.
생각지도 못한 돈이 한순간 나갔다.


3월은 아이들 새 학기와 화물차 보험 갱신이 있는 달이기도 하다.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을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았다. 남편도 본인의 부주의라 생각하고 있으니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청구서 금액을 듣는 순간 그동안 참아왔던 인내심에 불이 붙었다.


부가세를 빼면 1200만 원대였다.

아등바등 아껴봐야 이렇게 나가는구나. 마음이 꽉 차올라 있을 때 남편의 한마디는 정말 얄미웠다.

“투자라고 생각하자. 돈 벌어 오는 차니까.”

“자기가 벌선다고 하니 나도 아무 말 안 하고 있었는데 나 너무 속상해. 이건 투자가 아니지. 수리비지!”

짧은 몇 마디에 나도 남편도 속이 상했다. 제일 속상한 사람이 남편이라는 걸 알면서도 원망이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었을까. 말없이 퉁퉁거리느니 한마디로 정산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남편의 차는 처음 출고했을 때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다행히 후방 카메라는 살아 있었다. 네비게이션을 주문했다. 차량에 기본 장착이 되어 있지만 필요하다. 핸드폰 거치대와 차량용 케이블도 샀다. 남편은 처음 화물차를 시작했을 때 같다고 웃었다.


일을 쉰 한 달 사이 남편의 하이패스는 정지되어 재발급을 받았고, 이란에는 전쟁이 났다. 복귀하는 날에는 기름값이 오른다며 언론이 시끄러웠다. 첫 운행을 하고 주말은 쉬었다. 기름값은 올랐는데 남편의 운임은 그대로였다. 복귀 타이밍도 참 아리송하다. 그래도 다시 본인의 업으로 돌아와 다행이다.


보기와 다르게 몸이 아픈 남편은 다리에 후유증을 가지고 있다. 그런 다리로 한 달 동안 하루 종일 서 있다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참 짠했다. 힘들면 가지 말라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이 정말 못 간다고 할까 봐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적은 금액이지만 그 돈으로 마트도 가고 병원도 갔다. 주급으로 받는 급여는 애매하게 2주마다 나오면서 계산이 제대로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생각지 못한 주급이 나오기도 했고, 마지막 주는 7일 급여가 나올 줄 알았더니 주간 5일만 나오고 야간 2일은 정상 급여일에 지급된다고 하니 또 새삼스럽다. 처음부터 한 달은 근무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는데 급여 정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3월의 첫 출근 월요일. 오늘 남편은 아침을 먹고 본인의 일터인 화물차로 출근했다. 점심때가 지난 지금까지 연락이 없는 건 어느 길 위를 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안전 운전하길 바란다. 또 이런 벌은 안 됩니다.


이번 일로 돈은 많이 나갔지만, 남편이 어떤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는지는 알 것 같다. 오늘도 어딘가의 길 위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을 남편을 생각한다. 아무 사고 없이, 오래 잘 달려주기를.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