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바라보는 오늘도 할머니가 그립다
나는 어릴 때 할머니가 해주는 국수를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국수는 특별한 비법이나 육수도 없는 물국수였다. 면을 삶아서 잘 헹구고 할머니의 국물을 부으면 시원해서 좋아했었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달달해서 어린 나는 국수를 말아주시면 한 그릇을 다 먹었다. 음료나 달달한 사탕, 초콜릿은 이가 썩어서 안된다는 할머니도 이 국수는 내가 원하는 만큼 달달하게 해 주셨다. 날이 더울 때 먹으면 더위도 잊어지고 시원한 음료수를 마신 것 같기도 했다. 일명 우리 집 여름 별미 할머니국수였다. 엄마도 시집와서 처음 먹어 봤다고 한다.
주변에 친구들은 보통 잔치국수를 좋아하는데 나는 멸치의 비릿함을 싫어해서 잘 먹지 않았다. 그리고 냉국수를 이야기하면 동치미 국물에 말은 소면 정도를 이야기하곤 했다. 그리고 콩국수가 여름을 대표했다. 어른이 된 지금은 콩국수를 먹지만 그 당시 나는 고소하다는 콩국도 콩 비린 맛에 싫어했다.
어릴 때 먹던 국수가 생각나서 아이들에게 한번 해줬더니 맛이 이상하단다. 내가 먹어봐도 어릴 때 그 맛이 안 난다.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도 내가 기억하던 레시피와 비슷하다. 엄마는 갑자기 그 국수가 생각났냐고 묻는다. 우리 아이들은 잔치국수를 좋아하고 간장 비빔국수를 좋아한다. 간단해서 내가 아이들에게 자주 해주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잔치국수를 어느 정도 즐기게 되었다.
나도 국민학생(내가 졸업한 후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이후로는 사실 물국수를 먹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가끔씩 할머니가 해주던 음식들이 생각난다. 어렴풋한 기억 속에 추억의 맛이라고 하는 것이 이런 건가 생각해 봤다.
기억 속 할머니는 내가 내 딸보다 더 작던 그 시절 나에게 이것저것 만들어 주셨다. 맛없는 것도 있었고 맛있다를 연속하며 먹던 음식들도 있다. 내일 또 해줘요~ 하며 어리광을 부리기도 하고. 30년도 지난 일들이라 제대로 기억이 안 난다. 그때 먹었던 이름 모를 음식들을 다시 맛볼 수 없어 마음 한편에 그리움이 되었다.
할머니는 매일 아프다면서도 나의 두 아이를 다 보시고 돌아가셨다. 추억 속 할머니는 아직 그대로인데 내 곁을 떠나신 지 10년 정도 된 것 같다. 한 번씩 그분의 음식이 먹고 싶다.
날이 더워지면 냉국수를 한 그릇 말아먹어야겠다. 이번에도 그 맛은 아니겠지만 나는 그녀를 추억하며 국수를 먹을 것이다.
(냉국수 만드는 법)
1. 국수를 삶아 찬물에 헹군다.
2. 오이는 얇게 채 썬다.
3. 찬 보리차, 설탕, 깨소금, 소금으로 육수를 만든다.
4. 그릇에 국수를 옮겨 담고 육수를 붓고 오이채를 올린다.
5. 고춧가루와 참기름, 얼음을 곁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