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스팸 감자볶음

아이들아~감자도 맛있지?

by 오연서

야채를 먹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잘 먹지 않는다. 어른이 된 지금은 의식적으로 먹고 있다. 아이였을 때 시금치, 콩나물, 감자, 호박을 제외하면 잘 먹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야채는 맛이 없다며 먹지 않고 쓴맛이 나서 싫다고 했다. 나는 처음에 이것저것 시도했었다. 숨겨서 먹여도 귀신같이 알고 뱉어 버렸다. 직접 만들어 가면서 음식의 재료들과 친하게 해 주라는 조언도 별로 소용이 없었다.

한 육아 프로에서 아이들 중 입맛이 예민한 아이들이 있다는 내용을 보았다. 저기에 나오는 아이는 우리 집 아이를 얘기하는 것 같다. 같은 음식이라도 입맛이 예민하면 우리가 못 느끼는 맛도 느낀다고 한다. 아이가 평소에 맛이 쓰다고 해도 그저 편식한다는 생각에 1-2개는 꼭 먹이는 악독 엄마였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다. 어른인 나의 잣대로 생각했었다. 조금만 더 섬세하게 아이를 받아들였다면.. 나는 조금 달라지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살면서 입맛은 바뀐다. 좋아하던 음식을 싫어하기도 하고 싫어하던 음식이 나중에는 본인의 최애 음식이 되기도 한다. 나도 어릴 때는 싫어, 안 먹어를 달고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먹고 있다. 지금도 물론 싫어하거나 안 먹는 음식은 있다.

감자는 내가 좋아하는 야채 중에 하나다. 다양한 요리에 들어간다. 볶음, 국, 조림 등 특별한 호불호가 없다. 갈비찜이나 닭볶음탕에 들어 있는 감자는 주재료인 고기를 이기기도 한다. 양념과 함께 밥에 슥슥 비벼 먹으면 정말 맛있다. 아는 맛이라 생각하니 입에 침이 고이고 먹고 싶어 진다. 아이들에게 이 맛을 알려주기로 했다. 딸은 싫어하지만 아들은 갈비찜 감자를 밥에 잘 비벼 먹는다. 고기보다 감자를 먹는 맛에 갈비찜을 주문하는 아이가 되었다. 주객전도. 그에 비해 딸은 고기 맛을 알았다. 하나는 고기를 하나는 감자를 둘 다 같은 내 아이지만 입맛이 다르다.

딸은 감자튀김만 좋아한다. 그 삶은 감자의 식감이 싫단다. 나는 감자를 볶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감자볶음은 감자와 양파를 가늘게 썰어 볶아진 채 밥상에 올라왔다. 조금 과장해보면 눈처럼 하얗다. 어느 곳 하나 타거나 눌어붙지 않았다.

나도 감자볶음을 하지만 그렇게 하얗고 깔끔하게 되지는 않는다. 아이들에게 양파, 감자를 볶아주니 감자는 먹고 양파는 남았다. 다행히 두 아이 모두가 이건 잘 먹었다. 국이나 찌개 감자는 또 둘 다 싫어한다.

냉장고 구석에 있던 스팸을 썰어 넣어줬다. 아이들이 어려서 한 캔을 다 먹지 못해 한 번에 빈 캔을 먹던 꼬마 시절이 있었다. 둘 다 비슷한 크기로 썰어서 볶았다. 양파 없이 감자와 스팸을 볶아서 밥상에 올렸더니 여태까지 먹은 감자볶음 중에 최고란다. 이렇게 주면 스팸만 먹겠지 생각했는데 같이 잘 먹었다.

좋아하고 맛있는 것만 먹어도 이 세상에 먹을 건 수없이 많다. 다 먹어보지도 못한다. 굳이 싫어하거나 맛없는 것을 먹이면서 아이들과 싸우고 있던 내가 우스워졌다. 나는 그때부터 생각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어차피 이 식성도 엄마나 아빠 위주다. 굳이 싸우면서까지 고집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인들은 이런 나에게 편식을 시킨다고 하지만 본인들도 싫어하는 것들이 충분히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내 식성을 닮아도 어차피 편식을 할 것이다.

주로 음식을 하는 사람에 따라 입맛이 변한다. 우리가 결혼해서 처음에는 내(아내)가 한 음식보다 엄마 음식이 맛있다는 남편들이 있다. 결혼 생활이 길어질수록 아내가 한 음식이 맛있어진다.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 음식들을 자주 먹다 보니 예전에 가장 맛있던 우리 엄마 음식은 짜고 조미료가 많이 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나중에 나이가 들면 아이들 기억 속에 어떤 엄마일까? 먹기 싫은 채소를 악착같이 먹이는 엄마일지? 아님 사랑으로 맛있는 한 끼를 차려주던 엄마일지 궁금해진다.


(감자볶음 만드는 법)

1.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채 썰어 물에 담근다.

2. 스팸(햄)도 감자와 비슷하게 채 썰어둔다.

3. 채 썬 감자를 물에 헹구어 전분기를 없애고 체에 밭쳐 놓는다.

4.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썰어둔 감자를 볶는다.

5. 감자에 소금, 후추를 살짝 뿌린다.

6. 스팸도 함께 넣고 볶는다.

7. 기름이 부족할 때는 물을 2-3 숟가락 넣어 볶아준다.

8. 참기름, 통깨 뿌려서 다시 한번 섞어 주고 그릇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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