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꽈배기

아직은 달달합니다

by 오연서

한동안 토요일 밤이면 전지적 참견 시점을 빠지지 않고 챙겨봤다. 알지 못하는 세계를 보는 재미와 영자 언니의 먹방 스킬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언젠가 남편이랑 꽈배기 편을 보고는 정말 맛있을까? 한번 먹어 보고 싶다. 그렇지? 며칠 후 그 꽈배기 봉투를 들고 왔다. 와우~ 오빠 진짜 맛있어? 나도 아직 안 먹어 봤어. 같이 먹으려고.. 나보다 꽈배기를 좋아하는 남편이다. 근처를 지나다 포장을 해 왔다. 나 같으면 하나 정도는 맛을 봤을 텐데.. 식었는데도 맛있다. 우리 집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나는 다음에 직접 가서 먹어 봐야지.

내가 대전에서 이곳으로 이사한 지 이제 딱 2달이 된다. 아침에 늦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남편이 꽈배기 사러 가자. 바로 사서 먹어 보고 싶다고 했잖아. 집에서 안 멀어. 이 남자 배고픈가 보다 생각을 했다.

일요일이라 아이들까지 다 같이 옷을 입고 나갔다. 드라이브 겸 산책도 해야지 하면서 머리를 굴렸다. 도착하니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많았다. 아직도 인기가 있구나. 커피를 사고 꽈배기를 기다렸다. 다른 코너에 비해 꽈배기만 유독 줄이 길었다. 한쪽에서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으니 남편이 왔다. 꽈배기를 한입 베어 무니 웃음이 났다. 이게 뭐라고 온 가족이 출동을 했을까? 아이들도 하나씩 먹고는 집에서 먹었을 때랑은 다르다고 했다. 집에서 먹었을 때도 맛있지만 바로 앞에서 먹는 게 훨씬 더 맛있다고.. 나도 예전에 먹었을 때 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쫄깃하다. 만약 아이들이 이게 뭐예요? 했다면 우리는 살짝 마음이 다운되어서 집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간단하게 산책을 하고 차에 탔다. 가보고 싶은 곳 있으면 말해~ 나온 김에 드라이브라도 하자. 계획대로다. 그런데 갈 곳이 없다. 사실 아직은 이 지역을 모른다. 코로나로 이사 후에도 집에만 있었다. 그냥 드라이브시켜줘~ 아는 데가 없어. 남편은 자기도 어딜 갈지 모르겠다며 우선 가보자 했다.

나는 이 남자 무엇을 보고 결혼했을까? 함께하면 그냥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25살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 본인이 나를 좋아한다 했지만 내가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남편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고 행복했었다. 이런저런 상처가 많던 나를 아빠처럼 오빠처럼 때론 동생처럼 친구처럼 항상 옆에서 지켜주고 있어 의지도 하고 투정도 많이 부렸었다. 결혼 14년이 되는 지금도 비슷하다.

운전하는 남편을 바라보니 나를 바라본다. 오늘처럼 눈만 봐도 미소 짓는 날이 좋다. 오늘 같이 기분 좋은 하루를 앞으로도 함께 보내고 싶다. 그동안 우리가 힘들게 지나온 날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길. 20년 30년이 지난 후에도 나를 이쁘게 바라봐주는 남편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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