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먹고 있다.
나는 바닷가가 집이지만 해산물을 즐기지 않는다. 생선도 잘 못 먹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맛을 보는 정도가 되기는 했다. 아직도 즐기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간장게장을 아직까지 한 번도 안 먹어봤다. 양념게장은 좋아한다.
몇 년 전 회사를 다닐 때다. 대부분 외근을 하고 항상 점심을 함께 먹는 직원이 고정으로 나포함 3명이었다. 두 사람은 특별한 편식이 없이 다 잘 먹는데 나는 몇 가지를 가린다. 사무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근처에 식당들이 많이 모여있다. 점심시간이면 항상 나가서 밥을 먹는데 몇 군데를 정해 두었다. 내가 입사 전부터 거의 고정이었다. 가끔 다른 곳으로 가기도 했지만 지정 코스다. 두부집, 굴 요릿집, 칼국숫집, 뼈다귀 해장국, 중식집.
기본으로 5군데를 많이 갔다. 멀리 차를 타고 맛집을 다니기도 했다. 저 5곳 중에 하나 굴 요릿집은 편식하던 내가 굴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사회생활이 이렇게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 직원 중에 한 명이 저 굴 요릿집을 좋아했다. 직책이 있는 남자 직원이라 주로 메뉴 선택권을 가졌다. 찬바람이 불면 굴 요릿집에 갔다. 굴밥, 생굴, 굴전, 굴 순두부, 굴국밥 등 메인이 다 굴이다. 나는 그때까지 굴을 먹어본 적이 없다. 30살 넘어 처음으로 굴을 먹어 봤다. 나 빼고 두 사람은 잘 먹었다. 나는 항상 빨간 굴 순두부를 시켰다. 굴을 먹는지 안 먹는지 티가 안 났다. 원래 순두부를 좋아해서 별 불만은 없었다. 어느 날은 굴전도 시키고 굴보쌈도 시켜서 함께 먹게 되는 날이 있었다. 차마 생굴은 못 먹어도 익힌 굴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작은 굴전을 하나 입에 넣는 용기가 생겼다. 그동안 먹어 보지도 않고 “못 먹어.”라는 말을 했다. 나는 그날 솔직히 고백했다. “저 오늘 굴 처음 먹어봐요.” 두 사람의 놀란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 그릇 음식만 먹을 때는 안 먹었는데. 같이 먹으니 도전해봤어요.” 굴전을 양념간장에 찍어서 입에 넣었다. 파, 고추가 들어간 반죽이 굴을 감싸고 있다. 양념간장에 콕 찍어 먹으니 굴의 맛이 별로 심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생굴은 못 먹어도 익힌 굴은 먹을 수 있다. 순두부 뚝배기에 있는 굴도 먹을 수 있었다. 어떤 날은 굴전을 먹고 싶어 하기도 했다.
나에게 굴은 자본주의 음식이다. 내가 집에만 있었다면 어쩜 아직 굴을 못 먹을지도 모른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하면서 싫어도 가야 하고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 내경 우에는. 직장인들은 공감할 것이다. 회식하기 싫어도 회식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메뉴를 직장 상사와 통일한다. 예전보다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런 문화들이 주변에 조금씩 남아있다.
처음에 내가 “저 굴 못 먹어요.”라고 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다. 내가 아이들을 달래는 것처럼 하나만 먹어봐. 한 번만 먹어봐 하면서 직원들이 나에게 권했을 것이다. 우리는 권하는 게 미덕인 문화다. 나를 제외한 둘은 굴을 좋아했다. 가끔 밥을 먹는 다른 직원들도 굴을 좋아했다. 그 당시에는 조금 의아했다. 굴을 다 좋아해서 나만 이상한 사람 같기도 했다. 모두가 yes 할 때 no라고 하지 못하던 내가 있었다. 지금이라면 저는 굴 안 좋아하니 드시고 오세요. 혼자 먹어도 괜찮습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그때보다는 들어서 조금 더 얼굴이 두꺼워졌다.
생각해 보면 사회생활이 나도 모르던 내 입맛을 만들어 주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겨울에 굴찜을 먹고 싶어 하고 굴전이 맛있다는 걸 안다.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나도 굴을 먹는다. 그래도 아직 못 먹는 음식들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