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만두전골

결혼 14년 차 손잡고 가서 먹어요.

by 오연서

남편과 데이트 얼마나 자주 하세요? 데이트해본 게 한몇 년은 지난 것 같다. 자주 데이트를 하는 부부들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 우리는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의도적이라고 해야 하나. 은행을 가야 하는데 그냥 함께 가자고 했다. 별일은 아니지만 전날 미리 말해둬서인지 아침부터 서두른다.

우리가 처음 한일은 커피자판기에서 믹스커피를 한 잔씩 뽑아 마셨다. 예전에 가끔 공원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까르르 웃던 생각이 난다. 나는 어렸고 남편은 젊었다. 커피를 마시고 커플링 사이즈를 수선하러 갔다. 분명하게 맞혀서 제작을 했는데 둘 다 너무 커서 줄이자 하면서도 계속 미루었다. 혼자 갔다가 사이즈가 안 맞을까 봐. 결혼반지 이후같이 한 첫 주얼리다. 남편은 액세서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늘 할 일은 한동안 미뤄둔 은행 업무를 한 번에 처리하고 싶었다. 내가 개명을 하고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았다. 나는 그대로 있고 이름은 바뀌었다. 신기하게도 이름이 바뀌고는 많은 것이 달라진 것 같다. 더 좋은 쪽으로. 아직도 몇 군데를 더 가야 한다. 여기는 집 앞에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곳들인데도 거래를 잘 안 하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려 버렸다. 안 바꾸고 그냥 두려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 바꾸어 두기로 했다.

남편에게 데이트하는 마음으로 움직이자고 말해서인지 체육복 대신 청바지에 면 티를 입고 있었다. 나는 슬랙스에 바바리코트를 입고 둘만의 하루가 시작이다. 은행 업무를 보니 오전이 훌쩍 지났다. 옆에서 운전을 하고 적당히 수다도 떨어주고 창구에서는 내 가방도 들어주는 바쁜 남편이다.

나는 점심을 조금 근사하게 먹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레스토랑에 가자고 하려니 쑥스러웠다. 남편이 분위기 좋은 곳은 다음에 아이들 데리고 가자 할 것 같아서 메뉴를 고민했다. 남편이 근처에 식당들을 둘러본다. 몇 가지 메뉴는 내가 거절했다. 만두전골.

오늘은 얼큰한 맛으로 먹어보자. 늘 안 매운맛으로 먹으니 오늘은 우리를 위한 식사다. 식당에 앉아 **에 가고 싶었는데.. 오빠가 다음에 애들 데리고 가자 할 것 같더라. 했더니 애들 데리고 가야지. 거기는 여기서 동선이 안 맞아서 왔다 갔다 해야 한다고~ 예상을 저버리지 않는다. 이제는 나는 남편을 나보다도 잘 알고 남편은 나를 더 잘 안다. 우리는 점점 더 친해지는 것 같다. 만두전골은 생각보다 매웠다. 그래도 우리는 맛있게 먹었다. 1인에 만두 4개, 샤브 고기와 야채, 칼국수 면을 먹는다. 항상 둘이서 먹으러 다녔는데.. 어느 날은 3명이 되고 지금은 4명이 다니는 게 자연스럽다. 옆자리들이 비어져 있으니 어색하다. 항상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잠시 아이들이 생각난다.

7년 전쯤 지인들과 타 지점에 먹으러 가다가 도로 경계석에 타이어가 찢어진 적이 있었다. 그날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만두전골을 먹었다. 남편에게 말하면 거기까지 만두전골을 먹으러 갔냐고 타박하겠지 생각했는데. 괜찮냐고 다친 사람은 없냐고 물었었다. 남편도 기억하고 있을까??

밥을 먹고 뭐 할까? 고민을 하다가 마트에 갔다. 라면과 소고기를 샀다. 길가에 흐트러진 꽃을 보면서 오늘 하루가 너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손을 잡고 걷기도 하고 남편이 가방을 들어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집에 오니 5시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4명이 함께 다니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 날이다. 서로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더 가져야겠다.

모르는 두 남녀가 만나서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고 부모가 되었다. 함께 한 시간보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의지하면서 살게 될 것 같다. 친하게 잘 지내고 싶다. 싸우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우리 두 사람이 버텨내야 하니까. 이왕이면 그 시간들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모두가 있어 좋은 날이 있고 혼자가 좋은 날이 있다. 오늘은 둘이 함께 있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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