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래기나물

우아한 중년이고 싶다

by 오연서

냉동실에 시래기가 쌓여있다. 감자탕을 끓일 때 나는 우거지보다 시래기가 맛있어서 아빠가 말려서 삶아 냉동해 주면 가져와서 한 번씩 끓여 먹느라 쟁여두기도 한다. 이건 자주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주실 때 받아둔다. 간혹 안 먹어. 우리 있어. 하면 아빠는 우리 먹을 것도 없어. 딸이니까 주지. 하면서 살짝 서운함을 비친다. 엄마는 애들은 이런 거 안 좋아한다 고 한마디 한다. 나는 39살 아이다.

남편이 시래기나물이 먹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느껴진다. 중년의 맛이다. 얼린 시래기를 그대로 찬물에 담갔다. 처음에는 몰라서 그걸 녹을 때까지 기다렸는데.. 조금씩 요령이 생긴다. 물에 담가서 살살 풀면 바로 가닥가닥 풀어져서 시간도 단축되고 편해진다.

회사 앞 식당에서 시래기나물을 몇 번 먹어 봤다. 멸치와 된장을 넣고 끓인 스타일인데 맛이 괜찮았다. 통멸치만 아니면 더 맛있게 느낄 텐데.. 시래기 이불을 덮은 멸치는 아직 싫다. 내가 생각한 시래기나물.

네이버에 검색을 하니 몇 가지 방식이 더 있다. 남편에게 어떤 스타일로 해주냐고 물었더니 의아해한다. 자기가 기억하는 맛은 된장이 들어간다고. 내가 먹어 본 스타일과 비슷하다.

레시피를 보면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옆에서 다른 방식은 뭔데? 하고 묻는다. 대답을 안 했더니 화면으로 고개를 쭈욱 빼서 보다가. 국물 없는 된장국 같은 느낌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요리를 글로 배운 나답게 모양은 그럴싸하다. 대부분 멸치와 같이 먹는다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나는 육수용으로 사용하고 접시에는 시래기만 담아봤다. 나는 간을 못 본다. 정확하게는 나는 싱겁게 먹는 편이고 남편은 짜게 먹는다. 어릴 때 먹던 나물이랑 비슷한 맛이라고 한다. 그런데 살짝 싱겁다고. 우선은 성공이다. 비슷할 수밖에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된장으로 만들었으니..

풀무원 육수 다시팩과 시판 국산콩된장도 들어가서 예전에 먹을 때보다는 더 고급스러울 텐데. 생각하며 살짝 웃었다. 어린 시절 먹던 음식이 생각나는 것 보니 남편도 나이가 들었다.

나도 식당에서 이런 나물류나 젓갈들이 나오면 손이 잘 가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먹을 게 없다며 그 식당은 안 가야지 했다. 그러다 나물정식을 먹으러 가고, 보리밥집을 찾아가는 나이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이런 것이 나이 듦인가? 생각해 본다. 아직도 젓갈은 어렵다. 비린 것도 짠 것도 싫어한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지 않겠죠

(생략)

우리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바램-노사연』


이 노래를 듣다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가슴에 울림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나도 이제 중년이 되었다. 우아한 중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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