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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수민 Jul 12. 2023

산업안전기사를 공부하다

나는 중소기업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다. 업무량이 꽤나 많고 불명확한 업무전담으로 인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도 많이 한다. 그렇기에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폐해지거나 힘들어지기도 하는데, 모든 인생이 그렇듯 장단점이 있다. 덕분에 많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배우기도 많이 배웠고,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하고 역량도 키워진 것 같다. 누구한테 배우거나 알려주는 사람이 없기에 처음하는 모든 일들은 스스로 찾고 개척해야만 했다. 게다가 나는 사실 전공도 건설도 아니었는데 어쩌다 먹고살려고 하다보니 벌써 건설업 7년차 대리가 되었다. 아직도 막내 아닌 막내이지만 하는일은 부장급에 가까운 느낌. 사수도 없었기에 모든걸 스스로 알아서 해야한다는 단점과 실수해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다는 장점이 혼재하는 상황속에서, 월급통장에 찍히는 돈을 보면 현타가 오기에 나는 그것과 상관없이 오로지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내 스스로의 성장과 역량을 키우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잘하는 것,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요행을 바라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건설업은 요즘 중처법이 강화되기도 했고 반복되는 안전사고로 인해 안전의 중요성이 굉장히 대두되고 하나의 경쟁력이 되었다. 그렇다는 것은 곧 안전에 대한 업무가 엄청나게 많아진다는 말이다. 누구하나 제대로 해본 사람이 없기에 당장 급하게 불을 꺼야하는 사람은 바로 실무자다. 그리고 그 실무자는 바로 나다. 게다가 ESG경영의 중요성까지 대두되어 ESG경영과 안전보건경영의 업무를 내가 하던 업무에 플러스 되어 처리하게 되었다.


나는 중소기업 건설업에 다닌다. 그렇다는 말은 아무도 이런 변화에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사장님 또한 그렇다. 사장님의 인프라로 도움을 받긴 하지만 정작 회사실정에 맞게 수정하고 만들어가야 하는건 내 몫이었다. 물론 잘 하지 못해도 누구하나 뭐라 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누구하나 어느정도 구색이라도 맞추는 것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기회를 나의 경험과 배움의 기회로 삼고 하나하나 공부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뭐든 공부하면 언젠가는 다 써먹기 마련이며 그렇지않다 하더라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삶을 살아가면서 매우 좋은 태도라 생각하며 내스스로의 자존감을 지켜준다.


그렇게 나는 백지상태에서 울며겨자먹기로 준비하는데 협조를 아예 해주지 않는 상사도 있고 협조를 적극적으로 해주는 상사도 있었다. 그렇게 어떤 사람이 좋은지, 어떤 사람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인지 알게되었다. 한마디로 월급만 축내는 월급루팡이 누군지 알게되었다는 것이다. (부들부들) 나보다 직급이 많으면서 권리는 누리고 싶고 책임은 지지 않은 상사에게 온갖정이 다 떨어졌고 언성이 오갈때도 있었고 나는 정당히 맞는 말만 했기에 다들 잘했다고 칭찬까지 해줬다.


안전평가와 ESG평가는 주로 외부에서 온다. 거의 다 내가 준비했기에 주 수검자는 나지만 현장실무는 상사분들이었기에 다 같이 평가를 받게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사람이 뭘 알겠는가. 나는 심사자들이 현장실무자들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내놓을때마다 속으로 고소했다. 오는 평가자들마다 “황대리님 때문에 점수 받는거예요, 열심히 다 준비하셔서, 여긴 황대리님 없으면 점수 받기 힘들겠다”라고 이야기 하시고 갔다. 그렇게 회사안에서의 내 입지는 날로날로 커져갔다. 막내이지만 아무도 막내취급을 하지 않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것 같지만 어른들은 말은 하지 않아도 다 지켜보고 알고 있었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한 좋은 평가와 칭찬을 받으니 뿌듯했다. 다시 한번 내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와 자세가 삶에서 내게 얼마나 많은 좋은 것들을 주는지 알게되었다. 수많은 안전평가를 받던 와중에 심사자분이 이왕 이렇게 준비하는데 산업안전기사 공부해보라고 지나가는 말로 얘기해주셨다. 우리회사는 산업안전기사를 의무적으로 둬야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있으면 안전평가에 플러스가 된다. 그래서 그렇게 산업안전기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딴다고 누가 알아주는것도 아니지만 나는 내 스스로 알아주는게 중요하기에 그 말 한마디로 동기부여 삼으며 준비하기 시작했다. 강의를 등록하고 나니 필기시험이 2달 후에 있었다.


2달만에 합격하면 좋겠지만 직장을 다니며 야근과 회식과 공부를 병행하는건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내년시험까지 보고 공부를 하였다. 이전부터 나는 하루를 아침형 인간으로 루틴속에서 살아왔기에 새벽시간을 이용해 한두시간 정도 공부에 시간을 들였다. 피곤할 때는 그마저도 못할때가 있었다. 그리고 저녁엔 운동을 하거나 야근을 하고 잠에 들었고 주말엔 좀더 시간을 내어 공부했다. 본가에 가서도 틈틈히 공부하고 일하다가 남는 시간에도 기출을 보며 공부했다. 산업안전이라 그런지 안전평가에서 준비했던 비슷한 것들이 있어서 낮설지 않게 다가온 것들이 있었다. 게다가 건설업에서 일하다 보니 건설과목은 어느정도는 수월하게 공부한 것도 없지 않아있다. 하지만 시험과목 중 전기,화학,기계 등 들어본적도 없는 생소한 단어와 원소기호 등은 나를 너무나 당황시켰고 난감했다. 과락으로 떨어지면 어떡하지? 나의 목표는 60점이라도 넘기는 것으로 했다.


얼마만에 준비하는 시험인지. 시험공부인지. 참 배워도 배워도 배움의 끝은 없다. 그래도 새로운 걸 배우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그렇게 나는 할수 있는대로 준비를 했고 시험을 봤다. 필기시험은 CBT로 진행되어 시험보는 당일 합격여부를 알 수 있다. 떨리는 마음으로 답안제출을 하고 화면에 반짝반짝 빛나는 합격글자를 보고 또한번 짜릿함을 느끼고 안도감을 가지며 시험실을 빠져나왔다. 턱걸이로 붙긴했지만 공부량에 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다. 가장 먼저 그동안 응원해준 가족들한테 연락을 취하고 기쁨을 나눴다. 다들 나보다 더 기뻐해주었다. 그까짓 자격증이 뭐 대수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이 공부과정에서 가족들의 응원과 사랑받는 경험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고 참 좋았다.


오랜만에 보는 시험이고 처음 CBT로 보는 시험이라서 긴장도 많이 되었지만 합격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운동에서만큼 느꼈던 성취감이 엄청나게 느껴졌다. 시험보는 날 비가 엄청 많이 내렸는데 그마저도 환상적으로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제 실기를 준비해야한다. 필기는 그냥 커피라면 실기는 에스프레소 6샷을 추가한 TOP라는데.. 실기문제 몇개를 보니 나도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하면 되겠지란 마음이다. 하면된다. 쉬었다가 공부하라는데 나는 고요한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는 그 시간이 참 좋다. 2년동안은 필기 면제라는데 나는 붙을때까지 필기면제기간동안 딸때까지 또 시도하고 시도할 거다. 목표는 이번년도에 자격증을 따는 것이지만, 올해 따지 못하더라도 딸때까지 노력할 것이다. 다음번엔 자격증을 취득한 글로 남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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