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기사 실기 첫 번째 시험, 필답형을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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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시험을 간신히 턱걸이로 기적처럼 합격 후 바로 실기시험준비에 돌입했다. 필기시험을 치르고 실기시험까지 약 80일 정도가 남아있었고 역시나 일하면서 공부시간을 내기 어려워 틈틈이 조금씩 준비하고자 남들보다 공부기간을 길게 잡았다. 누군가가 말했다. 필기시험이 그냥 커피라면 실기는 에스프레소 샷을 6번 추가한 티오피라며 실기시험의 어려움을 알려주었다. 실기시험은 서술형이라서 문제에 서술로 답을 적어야 하고, 그리고 두 번에 걸쳐 보는데 문제를 보고 서술하는 필답형과 동영상을 보고 서술하는 작업형이 있다. 2주 연속으로 두 번이나 봐야 하는 시험이기에 조금 부담이 되었다. 산업안전기사는 산업암기기사로 불릴 정도로 암기할 분량이 꽤나 많았다. 이건 도저히 혼자 준비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산업안전기사 실기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기존에 공부하고 있던 교재에 오탈자가 너무 많아서 서술형인 실기시험을 이 교재로 공부하다간 망할 것 같은 직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도움을 받기 위해 요즘 카카오톡에서 활발한 오픈채팅방을 통해 산업안전기사 실기를 검색해 산업안전기사 실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오픈톡방에 참여했다. 이미 자격증을 취득하신 분들과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모여 실기준비를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자료를 주고받고, 서로 나누며 문제를 내고 답하면서 도와주고 있었다.
어떤 책으로 공부해야 할지 물어보았더니 조선의 달인이라는 블로그를 참고하면 된다고 하셨다. 조선의 달인 블로그에는 여러 기술 자격증의 자료들이 방대하게 있었다. 산업안전기사 기출문제도 빼곡하게 있었고 문제와 답이 자세하게 잘 나와있었다. 하지만 감이 도저히 잡히지 않았다. 이 방대한 기출을 다 외워야 한다니, 요령과 요행이 간절했고 팁이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이미 따신 분들께 여쭤보니 대답은 정말 냉정했다. 산업안전기사 실기방의 부방장인 전기고시라는 닉네임을 가진 분이 ‘죽어라 외우면 답이 나옵니다’라고 답변해 주셨다. 나는 막막하고 아무것도 몰랐기에 취득한 선배님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지나고 나서 알게 된 거지만 역시 그게 맞았다. 죽어라 외우면 답이 나왔다. 하지만 처음에는 정말 난감했다. 기출문제 10-12개년은 보라는데 1개년에도 3회의 시험이 치러졌고 필답형은 1 회차당 14문제였기에 10개년만 하더라도 420문제를 다 외워야 했고 게다가 신출대비로 가져가야 할 법령문제들이 엄청 많았다. 동영상을 보는 작업형 또한 자격증 취득에 넘어야 할 큰 산이었다. 동영상은 시중에 나와있지 않아서 사진과 그림을 보며 추측하고 상상력을 발휘하며 공부를 해야 했다.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첫 한 달은 정말 곤욕이었다. 외워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고 한 문제를 외우는 것조차 너무 버거웠다. 진도는 도저히 나갈 기미는 안보였고 하루에 1회 차를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런 내가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고 이게 진정 외워지는 게 맞나, 딸 수 있는 게 맞나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도 필기를 땄다는 자부심과 떨어지면 뭐 또다시 보면 되지라고 생각하며 진도 빼는 것에 의의를 두지 않고 내가 공부할 수 있는 시간 안에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공부하기로 했다. 새벽 시간과 주말 시간을 활용했고 일하는 시간에도 틈틈이 공부했다. 다행히도 회사에서 업무와 관련 자격증이다 보니 공부하는 것을 좋게 봐주셔서 공부시간의 4할은 회사에서 공부했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공부시간이 참 많았구나 생각이 드는데 당시에는 공부시간이 한참이나 부족하고 촉박하다 생각해서 할 수 있을 때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하루 1회 차도 버거웠던 공부가 12년 치의 기출문제를 하루에 2-3번 그 이상까지도 돌려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도 여유로워서 같이 공부하는 분들께 공부 자료를 만들어 나누어주고 더 나아가 신출도 외우게 되었다.
그렇게 대망의 필답형 시험날짜가 다가왔다. 하필 시험 보는 주에 추석연휴가 있어서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계속 공부를 했다. 공부할 시간이 많아서 좋은 건지 가족들을 못 봐서 안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시험 며칠을 앞두고 다른 걸 해봤자 집중도 안되고 계속 시험이 신경 쓰일 것 같아 추석연휴 내내 공부한 건 잘한 것 같다. 시험 보는 날엔 여느 날처럼 새벽루틴을 하고 아침을 챙겨 먹고 차분한 마음을 위해 청심환도 챙겨 먹었다. 시험장에 도착하니 클래식이 나오고 있었다. 수험표와 신분증과 필기구, 계산기를 꺼내 시험 볼 준비를 했다. 너무 긴장한 탓에 가져온 자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눈감고 명상을 하면서 시험시간을 기다렸다. 시험문제는 신출과 기출이 골고루 나왔고 조금만 더 공부했으면 잘 풀었을 문제들도 있었다.
그렇게 시험이 끝나기 무섭게 조선의 달인 블로그에 수험자들이 기출복원을 위해 댓글을 남겼고, 조선의 달인 블로그 운영자는 그것을 토대로 기출복원과 답을 올렸다. 그것을 기준으로 내가 쓴 답안을 비교하며 가채첨을 했다. 글자 한 토시도 틀리지 않게 채점을 했는데 생각보다 가채점 점수가 공부한 만큼 나오지 않은 거 같아서 가채점과 동시에 왕왕 울어버렸다. 그동안 공부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산업안전기사를 따려고 했던 분노 섞인 감정과 그리고 공부 과정 중에서 느꼈던 서럽고 힘들고 억울한 복잡한 감정들이 떠올랐다. 인생 첫 기사 자격증 준비라 나에게 의미도 컸다. 떨어지면 다시 보면 된다는 마음은 온데간데없었고 공부를 하다 보니 한 번에 붙어야겠다는 집념하나도 미친 듯이 공부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만큼 준비한 만큼이나 생각보다 안 나온 가채점 점수에 대해서 마음이 많이 무너졌다... 그렇게 필답형 시험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