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수민 Sep 01. 2023

매일 한줄이라도 써보겠습니다

글쓰가 어려워요

글을 쓰는게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 글을 쓸 이야기는 많는데 좀처럼 시작하기까지가 아주 오랜시간이 걸린다. 왜 그런지 한번 고찰해보고자 한다.


우선 생각나는 건, 나에게 글을 쓸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읽은 책들은 쌓여가고 나름의 느낌과 통찰과 깨달음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쌓여가고 있다. 책 뿐만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일련의 순간들은 하루하루 지날때마다 또 하나의 이야기가 생겨나서 마치 캐면 나오는 광산 앞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것 같다.


두번째, 시간이 걸린다. 한번 글을 쓰면 주체할 수 없이 몇시간이고 쓰는 나 자신을 안다. 무엇을 집중해서 하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하는 나의 모습을 안다. 한가지에 빠져들면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에 나는 루틴을 세우고 그 루틴대로 하루를 살아간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루틴이 있지만 루틴을 무시하고 글을 쓰고 있다. 다음 루틴들이 밀리고 늦어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뒤로 미룰 수 없기에 이렇게 짬을 내어서 써본다.


세번째, 완벽하게 쓰고 싶다는 마음. 사실 완벽한 글은 없다. 글은 쓰면서 늘테니까. 사실 나를 위해서 글을 쓰는 건데 나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글을 쓰기 귀찮음을 그럴듯함 이유로 합리화하는 마음인 것 같다.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나. 기록이 나를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자신의 삶을 남기고 싶었다. 지나온 흔적들을 보고 싶다. 훗날 지나고 볼때 그때 그랬지 하고, 맞아, 나 이렇게 생각했었지라며 돌아보고 싶다.


나는 나의 흔적들을 참 많이 지웠다. 글도, 사진도, 물건도. 그래서 아쉬울 때가 많았다. 내 존재를 지우고 싶었을 때도 있었다. 지금은 안다. 내 존재를 지우고 싶은게 아니고 나를 아프게 했던 것들을 지우고 싶었다는 걸. 한때 행복이 사치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내 삶은 불행함 자체라고. 하지만 지금은 안다. 아픔은 내 잘못도 아니고 나도 행복할 자격이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내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는 것을.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쓴 글이 때로 나를 위로하기도 한다. 내가 지킨 것들이 나를 지켜주듯이.


네번째, 글쓰기에 대해 배운적이 없다. 이건 이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글쓰기에 대한 강의들도 참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내 글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글쓰기에도 기술이 필요할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글은 쓰면 쓸 수록 늘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더 글을 써야하는데 한번쯤은 글쓰기에 대해 배워봐야 겠다. 아직은 뒤죽박죽인 것 같은 내 글이지만 그래도 꾸밈없이 써 내려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자.


다섯번째, 길게 써야할 것만 같다. 길게 쓰지 않아도 되는데 뭔가 글이라면 거창하게 길게 써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건 완벽하게 쓰고 싶은 마음과 비슷한 것 같다. 하루에 한줄이라도 쓰면 어때. 그것마저도 글인데. 한글자라도 쓰는 것에 의미를 두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그것이 글쓰기의 매력일까.


이렇게 글이 잘 안써지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할 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서 어색한 점이 있는 것 같다. 미완성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인생은 죽을때까지 미완성이니까 그래서 나의 글은 어쩌면 미완성인 채로 마무리가 되는게 아닐까 싶다.


그래,


매일 한줄이라도 써보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