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나를 만든다는 것을 처음 접해본 것은 웨이트운동을 시작할 때였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점진적과부하와 식단과 꾸준함이 중요한데, 점진적 과부화란 조금씩 조금씩 과부하를 주며 강도를 늘려가는 것이다. 중요한건 무리하지 않고 아주 조금씩, 그리고 그것을 꾸준히 하는 것. 점진적과부하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무게로 얼마나 했는지 기억하는게 중요했다. 그래야 다음 운동 때 전보다 얼마나 과부하를 주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을 할때마다 운동종목과 강도를 기록해가며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그리고 근육을 만들때는 식단도 빼놓을 수 없는데, 적절한 칼로리와 단백질을 먹어줘야 근육이 자라나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먹었는지, 얼마나 더 먹어야하는지 알기위해서 기록을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기록을 하며 운동을 하고 식단을 지키고 꾸준히 하다보니 어느새 건강한 몸과 근육이 자라난 내 몸을 만날 수 있었다. 운동과 식단기록이 나의 탄탄한 몸을 만든 것이다. 운동에 대한 기록은 기록이 나를 만든다는 것의 단편적인 예일 것이다. 이것을 발판삼아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들기 위해서 적용할 부분들이 삶 가운데 많을 것이다. 운동기록은 그 시작이었고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지킨 것들이 나를 지켜준다.
내가 지킨 것들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걸 알게된 건 꽤 시간이 지나고 알게되었다. 2-3년? 3-4년 후에 알게된 것 같다. 내가 지킨 새벽루틴이, 내가 지킨 저녁루틴이, 내가 지킨 운동시간이, 내가 지킨 독서시간이, 내가 지킨 양심이 어느 순간 나를 지키고 있었다. 매일 매일 그 시간들을 지켰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고, 매일 지키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했다는 것이 더 빛을 바라는 것 같다. 나도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로써 많이 넘어지고, 많이 부숴지고, 많이 깨어지고, 많이 비참해지고, 많이 초라해지고, 또 서러움들과 억울함들, 헤어나올 수 없는 우울과 슬픔, 분노를 수도 없이 느낀다. 그럼에도 그것들에 잠식되어있을지라도 오래 잠식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돌아갈 루틴과 내가 지켜왔던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기 위한 시간들이, 나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지켜왔던 시간들이, 돌고 돌아 결국은 힘든 시간들 속에서 나를 끌어올려주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나오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용23장
초등학교 때 가문을 알아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우리의 가문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는데 엄마는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라고 하였다. 그거면 된다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라고. 진인사대천명. 아직 가치관과 생각이 정립되지 않았을 때 엄마의 말은 나의 가치관과 생각이 되었고,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기준이 되었다.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구나 하고 모든 일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엄마가 내게 준 가치관을 지키며 살아 갈 때에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한 일들은 결국 나를 더 빛나게하고 성숙하게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작은 루틴들도 최선을 다할 수 있었고, 남들이 알던 모르던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할 때에 느끼는 뿌듯함과 작은 성취감은 나에게 이루말할 수 없는 기쁨을 주었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정성스럽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태도와 자세를 가질 수 있었고 그런 태도와 자세들이 모여 튼튼한 나를 만들고 나의 자존감과 존엄성을 지켜주었다. 그리고 곧 그것이 겉으로 배어나오고 새어나옴을, 수많은 대가들의 명언들이 삶 속에서 많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몸소 느꼈다.
어떤 상황이나 관계에 있어서 너무 아프고 힘들다면 그것은 진심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어느 강연에서 들었다. 그래서 아프고 힘든 상황과 관계가 있을때마다 내가 진심을 다했었구나 하며 나를 위로할 수 있었다. 이것 또한 내가 일부러 정기적으로 듣는 강연이 내가 힘들때에 나를 지켜준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강연뿐만 아니라 내가 쌓은 마음의 양식들이 내가 힘들고 무너질때에 나의 성벽이 되어 나를 지켜준 것들이 많았다. 어떻게 그 수많은 것들을 지킬 수 있냐고, 너무 강박적인게 아니냐는 말을 들을때가 있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때로는 그 루틴들과 시간들을 지키는게 힘들때가 있고, 귀찮을 때도, 지칠 때도 있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알게되었다. 내가 지킨 것들이 나를 지키고 있었음을. 그리고 지칠 때는 잠시 쉬어 갈때도 있다.
언젠가 또 무너졌을 나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내 시간들을 지키며 보내보자. 정성과 최선을 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