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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수민 Oct 05. 2024

성찰에 대한 짧은 생각, 유연함의 힘을 읽고.

성찰


24.07.19


유연함의 힘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유연함이라는 성품을 가지고 싶어서 책제목을 보고 홀린 듯 선택했지만 생각과는 다른 내용이어서 꾸역꾸역 읽고 있다. 그런 와중에 성찰에 대한 내용이 나왔는데 요즘 글도 잘 안 쓰고 성찰도 잘 안 했던 것 같아서 뜨끔하며 읽어 내려갔다.


성찰 기피증은 상당히 보편적인 증상이다. 단적인 예로 저명한 리더십 학자이자 미국의 정치 감시 민간단체 코먼코즈Common Cause의 창립자 존 가드너John W. Gardner는 인간이 언제나 자신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수많은 장치를 사용해 왔다고 말한다.1 가드너는 사람들이 환상적이고도 두려운 내적 세계를 탐색하지 않으려고 사용하는 많은 핑곗거리를 일일이 열거하고 인생을 반쯤 살고 나면 우리는 대부분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는 데 달인이 되어 있다고 결론 내린다.

가드너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 비록 입으로는 소크라테스Socrates의 유명한 경구를 빌려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 말할지 몰라도 오늘날 우리는 성찰보다 행동을 우선시한다. 우리는 이 일에서 저 일로 숨 가쁘게 뛰어다니고 세상이 우리에게 그것을 요구한다고 자신을 납득시킨다. ‘관리자는 문제 해결사, 소방관, 위기 관리자라는 1인 3역을 빛의 속도로 해낸다.’라고 묘사하는 연구 결과가 이런 행태를 입증한다. 관리자들은 성찰에 쓸 시간이 단 1초도 없다고 생각한다. 시인이자 조직이론 전문가인 데이비드 화이트David Whyte는 속도가 우리의 핵심 역량이자 핵심 정체성이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자신의 고통과 취약성을 멀리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통과 취약성이야말로 우리가 성장하는 데 주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유연함의 힘 | 수잔 애쉬포드



자기 계발의 책이라 여느 자기 계발의 책처럼 뻔한 이야기들이 적혀있긴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점이 다른 자기 계발의 책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올해 초에 업무변경으로 인한 인수인계와 자격증 2개 준비와 바디프로필 준비로 꽤나 정신없고 바쁜 상반기를 보냈다. 야근하기에도 일쑤였고 운동은 항상 필수라 생각하기에 운동은 꾸준히 했으며 틈이 나면 자격증 공부를 했다. 그러다 보니 성찰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잘 가지지 못했다. 책도 예전만큼 많이 읽진 못했는데 보통 출퇴근시간 때 책을 읽었는데 워낙 바쁘다 보니 출퇴근시간에도 자격증공부를 했다. 성찰을 예전만큼 하지 못했고 상반기엔 거의 아예 안 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그전에 꾸준히 해왔던 시간들 덕분에 바쁜 와중에도 건강한 정신과 다시 성찰하는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성찰을 하지 못했지만 업무도 이제 어느 정도 파악되었고 자격증 2개를 취득했으며 바디프로필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성찰대신 성취를 이뤄냈다고 할까나.


유연함의 힘이라는 책을 통해 기대했던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한 태도를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정의했던 유연함과 저자가 말하는 유연함의 정의는 비슷하면서 달랐다. 나는 유연함을 어느 순간에도 감정적이지 않고 당황하지 않으며 무너지지 않고 개방성을 가지고 수용적인 태도라 생각했다. 책을 아직 반쪽정도밖에 안 읽어서 더 읽어봐야겠지만 저자가 말한 유연함의 힘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배우고 무슨 상황이던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도전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나는 유연함도 유연함이지만 여유로운 태도를 배우고 싶었던 걸까? 성찰이라는 대목을 보고 든 생각은 유연함도 여유로운 태도도 성찰은 최고의 도움이 된다.


예전보다 성찰을 못했더니 성취는 이뤘지만 충분히 그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고 좀 더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고 감정적이 되었으며 가까운 사람에게 잘 대해주지 못했다. 성찰을 하지 않으니 어떤 경험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고 경험을 통한 통찰도 얻지 못했다. 제일 중요한 건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소홀해졌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내 지금의 감정은, 나는 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성찰하지 않은 시간대로 경험이 되었고 의미가 되었다. 지나간 시간들을 정리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두었고 감정적으로 행동했고 부정적으로도 생각해 보고 관계에서도 부딪혀보고 슬퍼도 해보고 무너지고 깨지는 대로 내 삶이 확장되는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성찰을 하고 통찰을 하면 여느 자기 계발의 책과 좋은 책들이 말해주는 좋은 가치관들에 수렴된다. 그리고 늘 그래왔고 그렇게 살아왔고 거기서 주는 여유로움과 만족감과 자기 효능성을 느끼고 행복을 많이 느끼긴 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살기 위해서 강박을 가지기도 유연함도 여유로움이 사라질 때도 있다.


성찰을 하지 않아서 같은 상황에서 미성숙한 생각과 미성숙한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삶이 다채롭고 풍요로워진 것 같다. 성찰을 너무 안 해도 안되지만 너무 성찰만 해서도 안 되는 것 같다. 성찰을 하지 않든 성찰을 하던 중요한 건 어떤 모습이던 받아들여지고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좀 더 나은 삶과 더 만족스럽고 사랑하는 삶을 더 빛나게 해주는 데는 성찰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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