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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mi Mar 14. 2024

[서평]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부캐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나는 개인적으로 에세이나 자기계발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는 이렇게 이야기했다"와 같이 다른 책의 구절이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여 짜깁기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라 해도 깊이 없이 일부 경험만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인아책방 대표의 책이기에 호기심이 들었지만 이 책을 읽을지 고민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일을 사랑하고, 일에서의 성장"을 고민하는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처음 일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나는 브레이크 없이 악셀만 밟으며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면 다른 것들은 저절로 따라올 거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식하게 부딪혀왔던 것 같다.


모두에게 좋은 운이 따르고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세상은 그리 호락하지 않다.

30대 중반 시점에서 나는 당연하다 생각했던 모든 것들에 대해 재정의해야 했다.


"그냥 일이 좋았던 것뿐인데 그게 잘못됐던 걸까, 나는 뭘 위해 그렇게 일에만 몰두했을까? 나한테 남은 건 뭐지. 앞으로 나는 어떤 태도로 일에 임해야 할까."


스스로 답을 내기 어려운 질문들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최인아 대표가 제일기획에서 29년 간 몸 담은 이야기와 일을 그만두고 최인아책방을 오픈한 이후까지 최인아 대표가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이 온전히 담겨있다. 읽다 보면 당연하다 느껴지는 이야기들도 있어 "뻔하네"란 생각에 책을 덮을까 고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끝까지 책을 놓지 않고 읽었을 때 반드시 한 두 마디 마음에 남는 것이 있을 거라 확신한다.






내가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을까?

축적의 시간 그리고 열정의 재정의


오래도록 퍼포먼스를 내며 자기 분야에서 괜찮은 브랜드가 된다는 건 산전수전 다 겪는다는 뜻입니다.
세상이 우리에게 보내는 도전이나 고비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어떤 태도를 갖는가에 따라 그 이후의 길이 확 갈리죠.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이 들더라도 자신의 뜻을 쉬이 꺾지 않고 계속해나가는 것, 처음 들어선 길을 계속 가는 것. 제겐 이런 모습이야말로 열정처럼 보여요. 활활 불타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말이죠.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정말 일 열심히 했다. 적당히도 없었고 일을 잘하기 위해 강의 수강에 돈을 아끼지도 않았다. 새로운 기회가 있다면, 잡았다. 일이 주어지면 악착같이 해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보상이라 생각했다. 아직 그 보상을 받지 못한 것이 문제지만.


원하는 보상을 얻지 못하니 정말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허무했다.

이 문구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있는 걸까. 정말 내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까.


*

몇 년 전, 우연히 어떤 유튜브 영상을 봤다.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성공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의외로 대부분 이런 말을 했다. 

"Keep doing what you're doing"  


*

백상예술대상에서 오정세가 수상소감으로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냥 계속하다 보면 평소와 똑같이 했는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여러분들을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힘든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속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곧 나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요."


각자만의 속도가 있고, 가는 길 또한 각자만의 방식이 있는 법.

중요한 건 잘되든 잘되지 않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꾸준히 하는 것이 아닐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반드시 보상은 찾아온다.




누구에게나 멈춤의 시간이 찾아온다.  

대안 없음


대안이 없다는 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피해야 할 나쁜 상황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자식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부모들이 괴력을 보이며 자식을 구해내는 것처럼, 대안 없는 절실한 상황으로 내몰리면 아주 깊숙한 곳에 있어서 혹은 평소에 잘 쓰지 않아 자신에게 있는 줄도 몰랐던 능력을 꺼내 쓰게 되니까요.


최인아 대표가 제일기획에 다녔을 때 "여자"를 뽑는 경우가 굉장히 드문 시절이었다고 한다.

그 시절 최인아 대표는 그냥 버텼는데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안이 없어 버티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여성 최초 제일기획 부사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니.


회사를 떠난 지금, 내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회사에만 몰두하며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감각들이 깨어나는 느낌이랄까.

'아 나 이런 능력이 있었지'부터 '앞으로 브랜딩을 어떻게 할까', '돈 관리는 어떻게 할까' 등

몰랐던 발견을 하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좀 더 일찍 깨달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서 대안 없는 상황이 최악이지만은 않다는 것에 크게 공감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정말 최악은 "대안 없는 상황"이 아닌 "대책 없이 상황만 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  

평균은 안전하지 않다


1.
맡은 일은 크든 작든 틀림없이 해내는 것. 여럿이 모여야 일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저 사람하고 하면 일이 된다’는 신뢰를 얻는 것. ‘이 일엔 당신이 꼭 필요하다’고 존재를 요청받는 것.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서 믿음의 눈빛을 보는 것. 본캐로서의 브랜딩은 이런 것들을 전제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일로써 승부를 보시고 그것으로 브랜드가 되십시오. 자신의 본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제안합니다.


부캐, 사이드잡...

최근 핫한 트렌드다. 직장인은 특히 본캐인 회사원 외 유튜버, 작가로의 부캐를 꿈꾼다.


최인아 대표는 본캐와 부캐를 병행하는 부분에서는 회의적이었다. 둘 다 병행했을 때 이도저도 안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 아닐까. 부캐가 주가 된다면 결국 그게 본캐라는 것이다. 나는 본캐든 부캐든 뭐든 오래 지속하려면 브랜딩이 기반에 깔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을 대하는 태도"와 "브랜딩"을 연결지은 것이 흥미로웠다.  


본업에서 적당한 중간이 아닌 최선을 다하고 이로써 같이 일한 사람에게 신뢰를 주는 태도가 하나의 브랜딩이 될 수 있는 것. 일에 대한 책임감. 문제해결사로서 나를 떠올리게 하는 것.


나만의 강점을 찾아 포지셔닝하기 전에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부분 아닐까.


2.
자신을 향해 이 질문을 던져보세요. 팀장과 본부장, 함께 일하는 동료, 선후배 그리고 고객은 중요한 일이 생길 때 과연 나에게 그걸 맡기고 싶어 할까? 또 나와 함께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기대할까?

그다음엔 어떤 점에서 내가 선택될 만한지 그 이유를 생각해 적어보세요. 바로 그것이 여러분이 하나의 브랜드로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될 겁니다. 가치가 선명하고 경쟁력이 충분하면 그 길에서 계속 정진하면 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본인이 생각해도 자신에게 뚜렷한 가치가 있는 것 같지 않다면 그걸 지금부터 만들어야겠죠.

3.
'They say'에 무조건 맞춰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 어차피 내가 하는 거라면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도 된다는 것. 아니, 그래야 승산이 높고 세상에 통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내 안에 무엇이 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깊이 살펴야 한다는 것. 즉, 안테나를 바깥으로만 뻗지 말고 낸 안으로도 향하게 해서 내가 가진 걸 알아야 한다는 것. 무조건 세상에 맞출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걸 그들이 원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 오히려 그래야 내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브랜딩에서 많은 고민을 했던 부분이 "어떻게 포지셔닝을 할까?"였다.  


"데이터에 특화된 마케터"에서 "단순히 데이터 분석을 할 줄 아는 게 아니라 데이터 문해력을 갖춘 마케터"로 구체화해 나갔고, 그러면서 들었던 의문은 "이런 마케터에 대한 수요가 있을까?"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같은 고민을 계속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강점과 그에 대한 수요를 맞춰나가는 것은 혼자 생각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직접 경험하며 적정 지점을 찾아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30대 중반, 싫은 것을 해야 하는 나이

심플 라이프

 

남다른 성취를 하거나 자신의 뜻에 따라 사는 분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합니다.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중 그런 시간을 가지려면 덜 중요한 나머지는 줄이거나 잘라내야 합니다. 그래야 중요한 것을 삶의 중심에 둘 수 있고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축적되어 의미 있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거죠.


최근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올해 하고 싶은 것, 목표하는 것들을 적어나갔고 월별 계획으로 구체화하여 실천해나가고 있다.

40대를 앞두고 어떤 40대를 살고 싶은 지를 생각하니 지금처럼 살면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들었기 때문이다.


30대가 "전문성", "일"이 주 키워드라면 40대는 "안정", "슬로우 에이징"이 주 키워드다. 결국 운동, 책, 취미 관련 계획들인데 (운동을 제외하고는) 1년 전만 해도 생각도 안 했던 것들이다. 그냥 하기 싫었던 것들이라 하는 게 더 맞을 듯.  평소에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만 보다가 진득하게 앉아 책을 읽으려니 처음엔 온몸이 배배 꼬이기도 했다. 가끔은 내가 너무 밋밋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하튼 꾸준히 지속하는 게 목표다.


*

얼마 전 "나혼자산다"에 바이올리니스트 대니구가 나왔다. 아침에 운동, 점심 먹고 집안일, 바이올린 연습, 저녁 먹고 휴식.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조로운데 그걸 오랫동안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그렇게 축적된 것들이 어떤 일이 있든 흔들림 없이 단단하게 대니 구를 지탱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책에서도 자기만의 루틴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전문가들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이 전문가가 되기까지 남들이 보기엔 단조로울 수 있는 "그들만의 루틴"이 있었다. 그들이라고 처음에 그런 루틴들이 좋기만 했을까. 달라지고 싶다면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해야 한다. 그게 맞다는 확신이 있다면 더더욱.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계획을 10년 전부터 계속해왔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럼 이 계획을 앞으로 10년 간 꾸준히 한다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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