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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미 May 11. 2024

'감정의 롤러코스터' 긍정 회로를 돌려보자.

암 진단을 받고 가장 먼저 한 일들

암 진단을 받고 배가 고파서 밥을 먹었는데, 급체를 해서 2일을 앓아누웠다.

스트레스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암에 걸렸는데 우울하지 않으면 비정상적이겠지만, 되도록이면 긍정회로를 돌려본다.

나의 경우는 아주 극 초기인 상피내암을 건강검진에서 발견한 아주 다행스러운 케이스이지 않은가.


며칠 동안은 감정 기복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배고 파서 밥 먹고 나니 '내가 암이라니'

티비를 보면서 웃다가도 '내가 암이라니'


나 이제 어떡하지, 재발하면 어떡하지(수술도 안 했는데;;;) 오만 생각을 다 하다가.

고민한다고 달라지는 게 없지 않은가.


내가 고민한다고 병이 나을 수 있다면 실컷 맨날 우울하게 고민하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담대하게 임하자. 즐겁게 있다가 수술하자.


생각해 보니 수술하기 전까지가 가장 건강한 시간이듯 하다ㅠㅠ

아직 부모님한테도 말 못 했는데 말하고, 친구들한테도 말하고, 회사에도 말하고

만날 사람들한테도 말하고... 아만자 선언을 해야겠다!


그리고 슬퍼도 준비할 건 준비해야햐지. 나는 대문자 T다.


1. 조직 검사 슬라이드 만들기  


일단 빠르게 상급 병원 초진예약을 잡으면, 예약 병원에 맞춰 조직 검사 슬라이드를 만들어야 한다.

이건 조직검사받은 병원에 요청하면 해준다.

조직 슬라이드는 조직 검사로 채취한 조직을 슬라이드로 썰어(?) 병원이 요구하는 양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보통 염색 N장, 비염색 N장 이런 식으로 병원 측에서 요청을 한다.


병원마다 다르니 예약한 병원에서 꼭 확인해야 한다.

물론 상급병원 정도 되면 문자로 다 알려주긴 한다.

근데 이 슬라이드가 공짜가 아니다. 좀 비싼 거 같다.


여의도 성모병원은 염색 1장, 비염색 8장이었는데 78000원, 신촌 세브란스는 염색 1장, 비염색 10장에 82000원이었다.


진료를 위한 제출 기본 서류가 이렇게 비싸다니 돈 없으면 치료도 못 받을 듯..


보통 슬라이드 만드는데 3일이 걸리고, 병원에 다시 찾으러 가야 한다고 하니 미리미리 준비하자.


다만 이 슬라이드가 무한정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4~5개 병원을 방문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한다.

또 필요한 경우, 제출한 병원에서 돌려받을 수도 있으니 참고하자.



2. 실비 보험/암 보험 체크하기


실비 보험 청구도 준비해야 하니 진단서도 미리 받아오자. 이미 초음파도 하고, 조직검사도 하고, 돈을 많이 썼지 않나.


이때 주의할 것! 실비 통원비는 1일 금액 제한이 있지만, 횟수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내가 가진 보험 통원비 청구 횟수를 미리 확인하자.


나는 메리츠화재 1세대 실비를 가지고 있는데, 통원비 지급은 같은 병명 1일 기준 30만원 한도, 횟수는 1년 동안 30회다. 이후 180일 동안 면책 기간이고, 그 기간이 지나면 다시 청구가 가능하다.


이걸 멋모르고 병원비가 발생할 때마다 2~3만원 짜리 청구를 해 통원비 횟수를 소진한다면, 수술 후에 할 수도 있는 방사선, 항암 치료 등 얼마나 금액이 들어갈지 모르는 큰 금액이 필요한 치료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나도 처음에는 인지를 못해서 소액을 청구해 버렸다. 앞으로는 일단 결제해 놓은 다음, 큰 금액 위주로 청구를 해야지. 아 조직 슬라이드는 실비 처리가 안된다고 한다. 신청해도 거절이다..ㅎㅎ


보험사에 초음파 등 검사비를 청구하니 진단금도 함께 청구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상피내암일 경우 암 진단금의 20% 정도로 금액이 정해져 있는데, 수술 후 병기가 바뀌면 먼저 지금 한 진단금을 제외한 비용을 다시 준다고 한다.


내가 지금 유방 상피내암으로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어도 상급 병원에 가서 각종 전이 검사 및 더 상세한 검사를 하고 변경될 수도 있고, 수술을 하면서도 새로운 것이 발견돼 병기가 변경될 수도 있다고 한다.


암 보험도 있다면 일단 진단금 규모와 내가 유방암이었을 때, 상피내암이었을 때 중복 수혜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보험은  다행히(?) 따로 준다고 한다.


보험회사에 따라 수술 방법에 대한 입원비 지급에 대한 상의가 필요할 수 있다.

콜센터에 로봇 수술에 대해 문의하니 담당자 배정을 먼저 받고 상의해 보라고 안내를 해줬다. 로봇 수술은 일단 수술비가 비싸서 실비에서 잘 안 주려는 경향이 있다는 걸, 미리 본 지라 알아보고 싶었다.



3. 환우 커뮤니티 가입하기


아무래도 나는 전혀 유방암에 대해 모르는 세계에 살아왔기 때문에,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가족력도 없고, 통증도 증상도 없는데 암이라니.. 솔직히 실감은 안 나지만 현실은 현실이니까.


제일 포털사이트에서 큰 카페에 가입했는데, 진짜 가입자 많더라. 유방암 환자가 이렇게 많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실시간 글도 많고 굉장히 활발하다 보니, 뭔가 위로도 되고 동질감이 느껴졌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다 보니 이 과정에서 알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전이되면 어쩌지, 항암은 힘들다는데.. 오만 걱정이 다 되고 카페에서도 그런 글만 보이던데

 

희망적인 내용도 많고, 3기, 4기 진단받으신 분들도 다들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평범한 일상 보내고 하는 글을 보니 '그래 뭐 수술하고 잘 치료하면 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드라마에서 보면 암 4기면 곧 죽을 것처럼 3개월 남았습니다. 이러던데 요즘은 그런 게 아니라고 한다.


치료약도 많고, 할 수 있는 치료도 많아서 4기라도 희망을 놓고 그런 게 아닌 듯하다.


그리고 기수의 숫자는 병의 위중함을 나타내긴 하지만, 전이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 너무 기수에 의미 두지 말라는 조언들도 많았다.


일단 알게 된 건 수술을 하고, 치료를 하면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각종 선택할 일이 많았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암세포 있는 부분만 수술로 어찌어찌 제거하고 끝나는 그런 게 아닌 듯하다.


상피내암도 부분절제가 아닌 전절제를 할 수 있다고 하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최근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박위라는 유튜버를 봤는데, '위라클' 정말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사람이었다.


솔직히 사지마비 판정이면 인생 자포자기일 수도 있는데, 지금의 단계까지 기적을 보여주고 강연도 하고 경제 활동도 하고 웬만한 사람보다 더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큰 감동을 받았다.


난 수술해도 사지 멀쩡할 건데, 또 잘 살아가야지라고 생각해 본다.


MBC '전지적참견시점'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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