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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미 Jun 09. 2024

암은 언제부터 내 몸에서 무단취식을 했을까.

유방암 정보 디깅(Digging)을 시작하다.

수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일상으로 돌아와서 일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티비도 보고 마치 암에 안 걸린 것처럼 살고 있다.


솔직히 통증도 없으니까 잠시 기억을 잊으면 암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내가 암에 걸린 이유를 찾자면 수백 가지가 아닐까.


즉석밥, 배달음식, 가공음식, 숯불구이, 늦게 자는 수면패턴?


가족력은 없고, 사실 식습관도 암에 걸리고 나서 뒤늦게 굳이 찾아보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식습관 때문이라면 비건이나 스님 중에선 암 환자가 아무도 없어야 한다.


발암 원인의 3분의 2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도 아닌 운에 의한 것이라는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의 연구결과도 있다. 몸속 줄기세포가 정상적으로 분열할 때 무작위로 발생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암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아 이렇게 보면, 나는 브라카 유전자 같은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하지 않았지만 내 다음 세대에서부터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한다는 말이 되나.


아무튼 암은 흡연, 식습관, 음주 등과는 아무 상관없으며 그저 '복불복' 랜덤으로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냥 이번 암 발견을 운이 없어서 발생한 교통사고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바꾸기로 한 생활습관 3가지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서, 유방암 정보에 빠져 있다.

온라인 정보 탐색은 내가 잘하는 일 중 하나다.


'디깅(Digging)'은 어떤 것을 집중해 깊게 파고드는 행위를 말한다.


평소 검색하고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내가 디깅하는 키워드 중 유방암이 추가됐다.


새로운 세계에 대해 궁금한 검색도 하고, 유튜브를 보면서 공부도 하고 있다.

헬스조선에서 보내는 암 환자 소식지 '아미랑'도 구독했다.


환우 커뮤니티를 보니 식단을 아주 철저히 하는 사람도 많고,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몇 가지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먼저 밥솥을 구매하고 10년째 이어진 즉석밥 생활을 바꾸기로 했다.

일단 가공은 안 좋다고 하니까..


오랜만에 밥솥을 사러 갔더니 밥솥의 진화가 놀라웠다. 그리고 가격에 한 더 놀라고 O_O


오프라인에서 주부 사원님이 편스토랑에서 이정현이 사용했다고 열심히 설명해 주신 쿠쿠 밥솥으로 선택했다. 이왕 사는 것 제대로 된 제품 사서 오래 쓰는 게 나을 것 같아서.


10년 만에 압력밥솥으로 지은 밥은 진짜 맛있었다! 대만족이다. 앞으로 계속 밥솥을 사용할 듯.

특히 중간에 재료를 투입할 수 있는 오픈쿡 기능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걸로 솥밥을 만들 수 있다.


다음으로 조리기구.


그동안 꾸준히 코팅 제품을 사용해 왔는데, 코팅이 벗겨지면 건강에 안 좋다고 하길래 스테인리스로 변경하는 걸 도전했다.


코팅 프라이팬, 냄비, 웍을 버리고 새로 구입해 봤다.


결과는 반은 실패고, 반은 성공이다. 스테인리스 냄비는 사용 가능했으나, 프라이팩과 웍은 스테인리스로 사용하기엔 사용법이 너무 어려워서 계속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몇 번 사용해 봤는데 계속 타기만 하니까 이걸 닦는 게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을 사용하는 친구가 말하길 몇 년을 썼는데 아직 성공 확률이 반반이라고..


'이렇게는 못 살겠다' 싶어서 쿨하게 포기하고, 그냥 코팅 팬을 자주 바꾸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식습관을 추가하고, 성분표를 보고 식품을 구입하기로 했다.

알레르기라고 생각하고 성분을 피하기로 했다.


1. 과일 자주 먹기

2. 숯불구이 이제 그만 먹기

3. 계란은 난각번호 1번 무항생제 제품으로 먹기

4. 가공식품 첨가물 피하기: 아질산나트륨,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5. 식용유 대신 아보카도 오일 사용하기

6. 엑스트라 올리브유 자주 먹기


스트레스 안 받을 정도로, 할 수 있을 만큼만 하는 것이 목표다.


Tip. 의무기록지로 내 상태 미리 알기


유방암 디깅을 하다 보니 유용한 정보를 알게 됐다.

상급병원의 경우, 진료가 한 달에 한 번 있는 상황이니 이전에 검사해 놓은 결과를 빨리 알기가 어렵다.


그럴 때 가슴 졸이고 기다릴게 아니라 병원 의무기록을 진료 전에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요즘은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병원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서 의무기록지 신청이 가능하고 결제를 하면 미리 보기나 출력을 할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의무기록지, 조직검사지, 진료기록지, CD 등을 출력해 파일에 시간 순대로 보관하고 있다.

그냥 나의 진료 진행 기록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

혹시 필요할 때 볼 수도 있으니까.. 파일철을 하면서 '이건 정리병인가'라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다..ㅎㅎ


다만 병원 기록지들은 다 영어로 되어 있고 내가 봐도 모르는 의학 용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해석이 필요하다.

해석을 하고자 한다면, 온톨이라는 서비스를 추천한다.


유방이 아니라도 검사 결과지를 해석해 주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다른 질병도 무관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묻지 않고 혼자 결과지를 볼 수 있다니, 참 좋은 세상이다.


유방암 환자라면 카카오톡 채널 등록으로 이용할 수 있는 '나의 유방암 비서, 나비(NABI)'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채널 찾기로 찾아보면 검색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나비의 해석은 지문 그대로 직역만 해주는 느낌이라면, 온톨은 의역을 해주기 때문에 조금 더 보기가 편했다.



많은 어플을 다운 받아 사용해 봤는데, 현재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고 있고 유용한 서비스는 온톨과 함께 힐링미를 추천한다.


힐링미는 암전문 요양병원을 소개해주는 앱이다.


수술 이후나 방사선, 항암을 할 때 머무를 요양병원을 많이 찾는데 후기도 상세하고 병원 시설이나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어떤 치료가 가능한지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병원과 집이 거리가 있어서 방사선이나 항암을 다니기 힘들 경우에도 병원 인근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고, 통원으로 본원을 갈 수 있다.


주로 항암 때문에 체력이 많이 떨어졌거나, 집에 가족이 있어 챙겨줘야 하는 입장에 있는 경우에 편히 쉬기 위해 요양병원을 더 많이 찾는 듯 보인다.


나의 경우 집에서 자는 것이 편해 수술 이후 요양병원에 입원할 생각은 없지만, 혹시 체력이 떨어졌을 때 갈만한 곳 몇 군데를 찜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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