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s] 국내은행 역대 최대 실적
은행 광고를 보다 문득 놀랐다. 아이유, 장원영, 차은우까지. 언제부터 금융권 광고가 아이돌의 뮤직비디오처럼 바뀌었는지 궁금했다. 예전의 은행 광고는 신뢰와 안정성을 강조하는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였는데 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은행 광고가 이렇게 젊고 트렌디하게 변한 이유는 뭘까?
금융 서비스가 디지털화되면서 은행들도 점차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특히 모바일 뱅킹과 디지털 플랫폼을 활발히 사용하는 MZ세대에게 접근하기 위해 친근하고 감성적인 스타 마케팅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2025년 주요 은행들의 광고 모델 라인업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신한은행은 차은우를 통해 젊은 여성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우리은행은 아이유로 전 연령층에게 사랑받는 이미지를 전달하면서, 중장년층을 위한 김희애, 젊은층을 위한 라이즈와 장원영을 함께 기용했다. 하나은행은 글로벌 축구스타 손흥민부터 중장년층 팬덤이 두터운 임영웅, MZ세대에 어필하는 안유진, 친근한 이미지의 강호동, 트렌디한 지드래곤까지 다양한 모델을 전면에 세웠다. KB국민은행 역시 아이돌 그룹 에스파와 청년층 배우 추영우를 통해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은행마다 전략과 타겟층은 다르지만, 그 중심에 '스타 마케팅'이 자리 잡고 있는 건 분명하다.
아이돌이 전면에 나선 은행 광고는 분명 신선하고 젊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의 '역대급 실적'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마냥 즐거워하기는 어렵다.
2024년, 국내 주요 은행들의 순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순이익 3조 6,954억 원 (전년 대비 20.5% 증가)
우리은행: 순이익 3조 394억 원 (전년 대비 21.3% 증가)
하나은행: 순이익 3조 3,564억 원 (전년 대비 3.5% 감소)
KB국민은행: 순이익 3조 2,518억 원 (전년 대비 0.3% 감소)
이런 호황의 배경에는 금리 인상이 자리 잡고 있다. 대출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은행들의 이자 수익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금융 부담이 함께 늘어났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는 현재 고금리와 가계부채 증가라는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높아진 대출 이자 때문에 소비자들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최대 실적을 올리며 화려한 광고로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있다.
아이돌 스타의 친근한 모습으로 채워진 은행 광고와 달리, 소비자들이 마주하는 금융 현실은 꽤 무겁고 복잡하다. 은행이 제시하는 밝고 세련된 이미지와 소비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어려움 사이에는 분명한 거리가 존재한다.
광고는 브랜드를 친근하게 만드는 훌륭한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건 무엇일까? 화려한 스타 광고일까, 아니면 좀 더 현실적인 금융 지원일까? 아이돌이 등장하는 은행 광고를 보며 우리가 한번쯤 곱씹어볼 질문이다.
by. Tam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