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맛
금요시장에 갔더니 우뭇가사리가 있었다.
나의 최애 추억의 맛 중 하나인 달달한 콩국에 넣은 우뭇가사리.
우뭇가사리는 원래 해조류이다.
투명한 묵같은 모습으로만 접했어서 해조류라는 것에 꽤 충격이었다.
이 우뭇가사리를 가공한게 우리가 아는 젤리나 양갱의 원료가 되는 한천이다.
어릴때 외할머니 집에 가면 밥 먹기 전 간식으로 이 우뭇가사리 콩국을 주시곤 하셨다.
설탕 듬뿍 넣은 달달한 콩물에 별맛은 없지만 탱글탱글하고 입에서 통통 튀는 식감이 매력인 우뭇가사리는 먹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외할머니 집에 놀러 갈때마다 주시던 음식만큼 쌓인 따뜻한 기억이 설탕보다 더 달다.
미숫가루랑 먹어도 맛있는 우뭇가사리는 아침 대용으로 딱이다.
사놓고 며칠 잊고 있었는데 늦잠을 잔날 냉장고를 뒤적거리다 발견했다.
미숫가루 크게 두큰술, 고소함을 더할 콩가루 한 큰술에 냉수 넣고 설탕 취향껏.
끝까지 시원하게 먹고싶어 큰 얼음도 한알 넣었다.
아침도 점심도 아닌 애매한 시간.
아무도 없는 집의 적막함과 초여름의 햇살을 느끼며 먹자니 모든 것이 평화롭게 느껴졌다.
오늘 하루도 이 콩국처럼 부드럽게 잘 넘어갈 것 같아.
(사진 속 시리얼컵은 친구의 작품이다. 이모티콘 작기인데 자기랑 닮은 에엥이라는 캐릭터를 만든다. 둘다 너무 귀엽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