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
우리 집은 원래 돼지고기를 잘 먹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도 20대 중반까지는 밖에서 돼지고기를 사 먹는 일이 드물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소맥에 삼겹살 먹는데 재미가 조금 붙었다.
돼지고기가 많이 비싸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즐겨 먹던 다른 고기들에 비해 가성비가 좋아 소득이 줄다가 없어진 지금 더없이 가깝게 느껴진다ㅎㅎ..
나의 최애 돼지고기는 항정살이다.
항정살은 돼지의 목덜미 부위로 생산량이 적은 대표적인 특수부위이다.
기름기가 많고 아삭한 식감도 좋고 길고 가지런한 특유의 잘라놓은 모양새도 마음에 든다.
오늘도 집에서 쉬고 있는데(ㅠㅠ)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곧 들어가니까 같이 저녁 먹게 준비 좀 해놓으라고.
항정살을 사놓았는데 개운하게 김치와 함께 먹고 싶다고 주문하셨다.
마침 냉장고에 김치 볶아놓은 게 있어서 양파, 다진 마늘, 설탕만 조금 더해 같이 볶았다.
김치가 조금 부족한 것 같아 급하게 갓김치도 조금 추가해 대충 볶았는데 맛이 훌륭했다.
흰밥에 양념된 김치 듬뿍 올리고 항정살 올려 입에 넣으면 기름기랑 김치가 밥을 코팅해 정말 맛있는 한입이 된다.
아무래도 나름 요리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오늘은 글쎄 하루를 너무 허무하게 흘려보내고 있었다.
같이 저녁 먹자는 엄마의 전화가 없었으면 어쩌면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마무리했겠지.
정성을 담아 음식을 만들고 예쁘게 세팅하고 사진도 찍고 했더니 뭐라도 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가,
하루 종일 한 게 이것뿐인 것 같아 한심했다가, 내일은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했다가..
평범한 하루였다.
(급하게 같이 넣은 갓김치가 킥! 요리 시간 딱 10분인데 맛은 만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