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R을 도입하고 처음 맞는 어려움은 OKR을 작성하는 데 있다. 사실 OKR은 쉽게 생각하면 Objective와 Key Results에 대한 개념만 잘 이해하고 작성하면 된다. 근데 그게 어렵다. 개념 자체는 매우 쉬운데, 실제 작성하려고 하면 생각처럼 잘되지 않는다. 특별히 조직의 리더들은 팀원들이 작성해온 OKR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반대로 팀원들은 리더가 세운 OKR이 별로 동기부여되지 않는다.
OKR은 분명히 매우 Simple한 도구이다. 그래서 OKR 컨설턴트 중 어떤 사람은 OKR의 핵심을 Simple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단순히 심플하다고만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너무 심플해서 작성이 오히려 어려운 것이다. 물론 작성은 하겠지만 작성한 내용이 썩 마음에 들지도 않고 그 목표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러면 당연히 OKR의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없다. 구성원들이 서로 목표를 공유하고 관리할 때는 OKR의 심플함이 중요하다. 하지만 OKR을 작성할 때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존재한다. 이것을 간과하면 OKR은 의도하지 않았던 Top-down의 성격이 강해 지거나 구성원의 의욕이 저하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OKR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작성 원리와 노하우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OKR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OKR은 Objective와 Key Results로 분리되어 존재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두 가지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 게 아니라, 두 가지의 목적성 때문에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Objective와 Key Results의 서로 다른 목적성을 이해하고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간단히 설명하면 Objective는 목표에 대한 정성적인 설명이고, KR은 이것을 달성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구체적인 수치이다.
예를 들면 2분기의 Objective를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잡았다면, ‘이것을 달성되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 Key Results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었다는 것은 2분기에는 30~40대 신규 고객이 2만 명이 되거나 A 서비스의 매출이 20억, 그리고 A 서비스 플랫폼의 만족도가 4.8점이 되면 새로운 시장 개척을 성공했다고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합의하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리더가 목표를 잡을 때, 구성원의 동기부여되는 목표보다는 성과를 내기 위한 구체적인 수치가 먼저 생각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리더가 Objective를 “서비스 A의 매출액 20억”으로 정하고 싶을 수 있다. 목표를 잡을 때 쉽게 먼저 생각 날 수 있는 목표이다. 하지만 이 경우 구성원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마 구성원들은 이 목표를 압박으로 느낄 것이다. Objective의 목적성은 동기부여라고 했는데, 구성원을 동기부여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전을 방해하고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리더들은 20억이라는 수치가 내적 동기를 끌어내기도 하겠지만, 많은 경우 팀원들은 이러한 수치 때문에 ‘회사에서 착취당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리더 입장에서 도전적인 OKR을 작성했다고 생각했지만 팀원들은 주도성과 의욕이 꺾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Objective, Key Results가 어떤 목적성으로 나누어져 있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Objective는 구성원들에게 단순하지만 영감을 주고 동기 부여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구체성보다는 정성적인 설명에 가깝고 캠페인 문구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에 반해 Key Results는 Objective가 달성되었다는 것은 측정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KR은 구체적인 수치가 들어가야 한다. 간혹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결과물들도 있지만 정성적인 평가가 되더라도 수치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측정할 수 있고 관리가 가능해진다.
결론적으로 구성원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와 내적 동기를 자극하는 Objective와 목표가 실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측정하고 피드백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Key Results의 균형이 OKR 운영의 핵심원리이다. OKR이 목표에 도달하도록 돕는 내비게이션이라면, 목적지인 Objective와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GPS인 Key Results가 제 기능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OKR은 어떻게 작성하는가?
OKR의 핵심원리를 실현하기 위해서 Objective와 Key Results를 작성해야 할 때 주의해야 할 것들과 작성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Objective 작성방법
Q1. 우리 회사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 기간에 도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Q2. 구성원들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싶어 하는가? (What we really want)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이 Objective이다. 이 질문들을 기준으로 보면 “매출 20억 달성”은 좋은 목표가 되기 어렵다. 대부분 구성원들은 20억보다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될 때 더 동기부여될 것이다. 오히려 “애견인이 모두 좋아하는 브랜드로 알려진다.”가 구성원의 동기부여에 더 좋은 목표가 될 것이다. 구성원들을 ‘더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목표에 더 집중할 것이다.
Key Results 작성방법
Q1.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구체적 수치는 무엇인가? (수익, 이용량, 고객 만족도, 질적 지표 등)
Q2. Key Results들이 다 달성되면 Objective가 달성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Q3. 현재 상태에서 열심히 했을 때 70% 정도 달성 가능한 도전적인 결과는 무엇인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이 Key Results다. Key Results는 사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와 비슷하다. 하지만 Key Results는 조직의 성과에 영향을 주는 핵심적인 지표만 관리하는 KPI와 차이가 있다. KPI가 Key Results에 포함될 수 있지만 Key Results는 조금 더 다양한 종류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영업이익률’이라는 보편적인 KPI를 Key Results로 설정할 수도 있지만 ‘협력 부서 만족도’ 같은 정성적인 지표를 Key Results로 설정할 수도 있다. 다만 Key Results가 다 달성되었을 때, Objective가 달성되는지에 대한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Key Results의 결과물을 달성해도 성과목표인 Objective가 달성되지 않는 Bad Key Results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직원들이 OKR 작성을 어렵다고 하는 이유
OKR을 작성할 때 직원들이 어렵다고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를 뽑을 수 있다.
첫 번째는 Objective를 작성할 때 정성적인 문장을 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기부여되는 문장을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고, 미션이나 일의 의미를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성적 목표를 작성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통해 조금씩 개선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목표를 찾는 것은 매우 어색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이것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일에 대한 몰입도나 주도성을 올려주는 중요한 방법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이 비부가가 아니라는 인식과 훈련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Key Results를 작성할 때 성과지표를 찾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익숙해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다른 회사나 직무에서 자주 사용하는 지표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수치화시킬 수 없는 직무나 과업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는 최대한 팀이나 다른 사람들의 Key Results에 작더라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혹은 정성적인 측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콘텐츠를 만드는 팀인 경우, 질적인 부분을 고객에서 측정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동료들의 만족도나 자기 만족도를 정성적으로 측정하는 것도 고려해보아도 괜찮다. 리더에게 만족도를 물어보고 반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최대한 자신의 업무를 측정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도전하는 것이다.
마지막 어려움은 OKR을 잘 작성했는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사실 이게 제일 어렵다. 심지어 리더들도 팀원의 OKR이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뭐가 이상한지 잘 모른다. 이상적인 Objective도 작성했고, 이것을 측정할 Key Results도 작성했는데 뭔가 이상하다. 결국 “OKR은 작성이 너무 어려워요”라는 말을 하며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원칙으로 OKR을 점검해야 한다. 이 원칙은 국내에 OKR을 소개한 책이나 자료들에는 잘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국내 기업들의 OKR 컨설팅을 진행할 때, 이 문제 때문에 OKR 작성을 실패하거나 OKR을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OKR 작성의 핵심원리]
“Key Results는 통제 가능한 활동(Output)이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성과 결과(Outcome) 여야 한다.”
이 원칙은 쉽게 이야기하면, 내가 시도하려는 것과 시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을 구분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 이벤트를 3번 진행하는 것”은 수치가 들어가 있지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활동이다. 이벤트를 3회 진행하는 것은 마음먹기 따라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실행해도 우리가 성공했다는 것은 보장할 수 없다. 이벤트를 잘 못 진행했을 수도 있고 오히려 이벤트 때문에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벤트를 진행해서 얻고 싶은 성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은 OKR을 살펴보자. 실제로 OKR 컨설팅을 하다 보면 이런 OKR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OKR은 잘 작성된 것일까? 대부분 리더들은 이런 OKR을 보면서 뭔가 이상하지만 피드백을 제대로 주지 못한다. Objective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고 수치가 있기 때문에 잘 작성한 것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사실 여기 나온 Key Results들은 모두 잘못된 Key Results이다. 모두 통제 가능한 Output이고 실행계획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행동이 실행된다고 ‘좋은 웹사이트’가 론칭되었다고 성과를 증명할 수 없다. 오히려 Key Results는 100% 완료되었는데 회사는 성과 낮아질 수도 있다. OKR이 운영은 되지만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은 대부분 이런 케이가 많다. 그래서 OKR을 작성할 때, 중요한 것은 Output과 진짜 얻고 싶은 성과 결과인 Outcome을 구분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Output을 Initiative, Outcome은 Key Results라고 구분한다. Initiative는 단순히 OKR을 세우고 나서 작성하는 To-do list가 아니다. Initiative와 Key Results를 구분하면서 OKR을 작성하면 OKR의 질적 수준을 올릴 수 있다. 특별히 Initiative를 통해서 어떤 Key Results에 도달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면 Key Results가 더 명확해진다. 그리고 Objective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Initiative를 시도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Objective가 실행되는 것을 더 구체화할 수 있다.
위 예시를 Key Results와 Initiative를 활용하여 보완해보겠다. 먼저 ‘디자인 시안 3개’ ‘개발자 2명 채용’ ‘웹사이트 2월 오픈’은 Initiative로 수정한다. 그리고 이 행동을 통해 얻고 싶은 진짜 성과의 결과물을 생각하면, ‘방문 지속시간’과 ‘구매전환’을 Key Results로 설정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이 과정을 거치면
Objective의 방향성이 더 분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깜짝 놀랄만한 웹사이트”는 “구매 전환을 일으키는 높은 품질의 웹사이트”라는 방향성이 분명한 문장으로 다듬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OKR을 제대로 작성하기 위한 방법들을 살펴보았다.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OKR을 잘 작성한다는 것은 Objective와 Key Results, Initiative의 목적성을 잘 지키는 것이다. 구성원이 동기부여되는 Objective. 목표가 달성되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측정해주는 Key Results.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시도하고 싶은 가설이나 과제를 나타내는 Initiative. 이 세 가지의 목적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OKR을 작성한다면 좋은 OKR을 작성하고 조직의 성과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 다 다루지 못한 조직이 OKR을 세팅하고 Alignment 시키는 작업이 남아있다. 어떤 경우 OKR의 컨설팅이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난이도의 조직도 있다. 하지만 앞 서 소개한 Objective, Key Results, Initiative에 대한 목적성을 인식하고 점검 질문을 활용하여 OKR을 작성한다면 조직과 구성원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OKR 작성이 너무 어려워서 OKR이 비부가처럼 느껴졌거나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었다면 이 기준으로 OKR을 점검해보길 바란다. 이를 통해 OKR을 좀 더 의미 있는 도구로 활용하고 조직의 변화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 본 글은 HR Insight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원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