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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준 May 06. 2020

OKR은 기존의 성과관리 도구와 무엇이 다를까?

OKR 파헤치기①

최근 HR에서 가장 큰 관심 중 하나는 OKR이다.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기업의 임원부터 팀의 리더까지 OKR에 대한 관심이 많다. OKR을 회사에 꼭 도입하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컨설팅 요청도 많다. 그동안 성과관리에 대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는데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까닭에 OKR에 매달려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실제로 많은 기업과 팀에서 OKR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6개월도 되지 않아 포기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일부 회사들은 OKR을 운영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케이스도 많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직원들의 반응이다. 어떤 직원들은 OKR을 작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어 비부가가 늘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회사의 조직문화가 달라서 효과성이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구글이 아닌데 구글에서 사용한다고 효과가 있겠느냐?’라는 이야기를 하며 OKR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


반면에 어떤 직원들은 ‘OKR을 사용하면서 회사생활에 대한 목적의식과 의욕이 생겼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런 직원들의 비율은 전자보다 크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충분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비몰입하고 있던 직원들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조직의 매우 희망적인 사건이다. 아직 OKR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조직의 케이스가 많지 않지만, 직원들이 OKR을 통해서 목표에 대한 열정이 생겨나고 일하는 방식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은 OKR을 검토해보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사실 OKR은 조직문화가 실리콘밸리와 달라서 사용할 수 없는 도구가 아니다. 그보다는 조직문화의 토양을 바꾸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도록 도와주는 도구이다. OKR은 이러한 관점에서 실질적 이해가 필요하다. 단순히 도전적인 도구이거나 실리콘밸리에서 사용하는 목표지향적인 도구라고 인식하고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조직의 피해를 가져다줄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OKR을 조직에 제대로 적용되고 효과적으로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알아야 하는 5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1. OKR은 기존의 성과관리 도구와 뭐가 다른가?

2. OKR을 제대로 작성하고 사용하는 방법

3. OKR을 통해 조직의 전략과 개인의 목표를 정렬하는 방법

4. 우리 조직의 성과관리 시스템 구축하기

5. OKR을 성공시키는 리더십 스킬        

  

“OKR은 기존의 성과관리 도구와 뭐가 다른가?”     


성과관리의 히스토리

성과관리는 조직의 구성원이 최상의 직무수행 활동을 하고, 성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세기 말 한 철강회사에서 근무하던 프레더릭 테일러는 자신이 일하던 공장의 노동자들이 자기가 맡은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고 최대한 일을 피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 때문에 공장의 생산성이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공장의 관리직이 되었을 때,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연구했다. 그는 노동자의 모든 작업 시간과 동작을 분석했고 과업수행 과정을 세부 동작으로 구분해 비부가를 제거하고 생산성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성과관리의 시작이라 불리는 과학적 관리법이다. 과학적 관리법은 포드자동차로 이어지면서, 1908년 800달러였던 자동차는 300달러 이하 떨어뜨리는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19세기 2차 산업혁명에 크게 기여한 과학적 관리법은 3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거치며 부작용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공장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3차 산업혁명 이후 지식근로자에게는 잘 통하지 않았다. 육체노동의 효율을 올릴 수 있었지만, 두뇌 노동은 쉽게 관찰할 수도, 관리할 수도 없었던 것이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1954년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저서 <경영의 실제>에서 MBO (Management by Objective)라는 경영기법을 소개했다. 상사와 부하가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의 달성 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함으로써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육체노동자는 능률만 필요했지만, 지식근로자는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얼마나 노력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공헌을 했는가가 중요하다” 피터 드러커의 이야기는 많은 경영자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MBO를 중요한 경영기법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MBO가 확산되면서 MBO를 잘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개념들도 나타났다. 목표를 세우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측정 가능한 목표를 수립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S.M.A.R.T (Specific, Measurable, Action-oriented, Realistic, Time-limited)이다. 그리고 수많은 목표 중, 조직의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성과지표인 KPI(Key Performance Indicator)가 등장했다. 현재 대부분 조직에서 실행하고 있는 성과관리 체계는 이러한 MBO와 KPI의 개념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기존 MBO기반의 성과관리의 한계점

하지만 MBO와 KPI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시작되면서 심각한 문제들을 나타냈다. 딜로이트 조사에 의하면 ‘성과관리 도구가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직원들은 6%밖에 되지 않았다. 더 치명적인 것은 ‘성과관리 제도가 구성원들의 몰입도를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조사가 아니더라도 조직의 성과관리 체계를 컨설팅할 때, 대부분의 조직이 가지고 있는 2가지의 큰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 직원들이 연초에 세운 성과목표를 잘 살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 연초에 성과목표를 세우지만, 직원들은 자신이 세운 성과목표와 상관없이 매우 바쁜 다른 일들에 집중하고 있다. 분기에 한 번씩 피드백하는 시간을 마련해보지만, 그때를 위해 황급하게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찾아볼 뿐 성과목표를 위해 업무를 하는 직원들은 많지 않다. 


두 번째, 성과관리 도구는 성과평가를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은 성과에 도전하고 달성하는 것보다 ‘어떻게 평가를 잘 받을 것인가?’를 더 고민한다. 연말 연예대상에서 수상하기 위해 9월부터 11월까지 방송 출연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연예인들의 우스갯소리처럼, 연말에 바짝 KPI를 관리하거나 KPI에 덧칠을 한다.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제쳐두고 여기에 시간을 더 많이 쓰는 직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니 직원들은 늘 성과평가에 불만을 가지게 되고 조직의 성과관리를 신뢰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MBO 체계는 성과를 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직원들 누구도 성과관리 도구 때문에 조직이나 팀, 개인이 성과를 더 잘 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기업의 CEO나 임원들만이 성과관리 도구로 직원들이 목표에 도전하고 달성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물론 모든 직원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직원은 성과관리 도구를 신뢰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성과관리 도구를 통해 동기부여 되거나 목표에 도전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성과관리 도구 때문에 퇴사를 결심하거나 사내정치에 빠져드는 경우가 더 많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이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는다면 지나가는 몇몇 직원에게 올해의 성과목표를 물어보면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주저하거나 일부만 기억해낼 것이다. 매우 어렵게 기억해내거나 노트북을 펼쳐야 기억나는 목표라면 거기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그렇다면 OKR은 무엇이 다른가?

이런 맥락에서 OKR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OKR은 MBO의 대체재가 아니다. MBO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구성원이 목표에 동기부여 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조직의 전략적 목표에 함께 집중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OKR은 MBO의 본질적 목적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진화한 성과관리 도구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MBO를 원래 의도대로 잘 쓴다면 굳이 OKR을 도입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고 질문한다. 맞는 이야기다.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MBO와 KPI를 사용해도 된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잘 안 되었기 때문에 OKR이 등장한 것이다.


OKR은 성과관리의 목적이 실현되도록 일하는 방식을 바꿔주는 도구이다. OKR의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리더십과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그것이 OKR의 필요성이자 의미이다. Objective와 Key Results가 나누어져 있을 때, 자연스럽게 구성원을 동기부여 하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되고 측정 가능한 구체적인 수치를 지속해서 바라보게 된다. OKR을 활용해서 혁신을 만들어가고 있는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 OKR의 작성원칙, 정렬 방법, 운영프로세스 등 정확하게 알고 도입해야 한다. 단순히 도전적인 철학에 끌려서 도입하면 조직에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OKR은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가?                                                          

OKR이 기존의 성과관리 체계에서 변화를 주는 일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 기존에 목표 수립-모니터링-평가의 프로세스가 도전-정렬-집중으로 전환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MBO가 평가에 마침표를 찍은 것에 비해 OKR은 집중에 마침표가 찍는다. 성과관리에 대해 기업의 리더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과평가 이야기로 화제가 전환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들은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구성원이 성과목표에 집중할 것이라고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일부 핵심 인재들이 성과를 달성했을 때 좋은 평가를 주고 승진시켜줄 수 있는 기준으로 성과관리를 바라본다. 하지만 OKR을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구성원이 목표에 집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목표에 대해 구성원과 리더가 계속해서 대화하고 구성원이 목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운영프로세스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OKR은 목표에 집중하고 성과가 실제로 달성되는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낸다.


두 번째, 구성원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조직의 미션을 향하게 만든다. MBO가 Cascading의 목표 하달식이라면 OKR은 Alignment의 목표 정렬을 지향한다. 물론 조직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전략적 방향을 내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헷갈리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하는 업무를 잘 찾아서 할 수 있다. 하지만 OKR은 조직의 목표가 내려오는 과정에서 일정 단계에 도달하면 개인이 스스로 조직과 팀을 위해 도전하고 싶은 목표를 고민하게 만든다. 하향식(Top-down)으로 조직의 목표가 내려가지만, 상향식(Bottom-up)으로 개인의 목표가 올라가서 서로 만나 정렬(Alignment)을 이룬다. 재미있는 것은 OKR을 진행하다 보면 구성원들의 입에서 ‘회사의 미션이 무엇이지?’라는 표현을 자주 듣게 된다는 것이다. 회사의 미션을 한 번도 떠올리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을 생각해보면 매우 놀라운 일이다. 기존의 MBO 방식과 OKR이 차이가 없다면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데, 실제로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한다. 구성원 스스로 자기 일에 동기부여 되거나 조직의 미션과 연결하여 업무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OKR은 도전하고 성장하는 문화를 만든다. OKR의 목표설정 기준은 지금부터 정말 열심히 하면 70% 달성할 수 있을 수준이다. 단 도전의 결과 70% 달성했다고 서로 비난하지 않는다. 도전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보다 실패를 수용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면 모두 70% 달성하면 똑같아지는 것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논리적인 인과관계로 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일에 도전하는 직원들의 태도가 매우 다르다. 단순히 높은 목표를 잡고 그 전과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다. 자기 일과 목표에 대한 도전적인 관점을 갖는 것은 직원들을 의욕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높은 목표를 잡는다는 것은 목표를 설정하는 순간부터 내가 성장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만든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달성할 수 있는 관리적인 수치를 잡았을 때보다 성장에 대한 갈증과 열정이 크게 증가한다. 이것을 위해 리더가 구성원의 지원군이 되어야 하고 도전과 실패에 대한 신뢰가 구축되어야겠지만, OKR은 구성원의 성장하고 싶어 하는 문화를 만들어 준다.     


OKR은 MBO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MBO와 KPI로는 대체할 수 없다. OKR은 외재적 동기부여가 아닌 내재적 동기부여로 스스로 도전하고 성장하는 직원들을 키워내기 때문이다. 물론 OKR을 쓰면서도 리더가 직원들의 내재적 동기부여를 막고 도전하고 성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OKR의 도입은 조직의 리더가 구성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끌 것인가를 도와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원들이 스스로 학습된 무기력을 벗고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일하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만약 우리 조직이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의 환경에서 직원들 스스로 주도적으로 도전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원한다면 OKR을 진지하게 고민하면 좋을 것이다.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지만, OKR을 통해서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특별한 도전이 될 것이다.


* 본 글은 HR Insight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원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elabor.co.kr/report/index.asp?inx=2&pType=view&idx=85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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