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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Sep 29. 2023

자녀 대학 입시에 불안한 엄마

고점에 물린 딸 교육에 물타기 해서 투자 원금 복구 하기

나의 나르 엄마는 공격적으로 투자한 둘째 딸이 예중을 그만둔 후,  한동안 패닉 상태였다.


하지만 자녀 상품은 중도해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르 엄마는 내 교육에 물타기를 해 본인이 여태까지 나에게 투자한 원금이라도 복구해야겠다고 판단했다.

 


"너는 예체능을 하느라 공부 머리가 거의 바닥이니까 이제부터 미친 듯이 공부에 매진해야 해."

"다른 애들보다 열 배는 더 열심히 해야 해. 그래도 따라잡을까 말 까야 알겠어?"



엄마는 이렇게 말하며 엄청나게 많은 학원과 과외를 내게 강요했다.

갑자기 어느 날부터 나는 외고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르 엄마가 나는 외고를 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나에게 꾸준히 교육비를 투자해서 물타기를 하면 예중 때 내게 투자했다가 잃은 원금 복구뿐만 아니라 더 큰 수익 실현도 가능할 거라고 믿는 것 같았다.


음악을 하던 내가 외고입시에서 성공할리가 없었다.

1년 정도 준비하고 외고에 붙었다면 나는 정말 떡상한 상품이었겠지만, 그런 로또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엄마는 내게 크게 실망하며 일반고에 진학해 스카이를 가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했다.

예체능을 하던 내가 스카이는 무리라고 말해도 엄마는 무조건 스카이 만이 답이라고 했다.  

나 포함 다른 가족들이 반박 시 무조건 엄마말이 맞았다.



엄마와 아빠는 내가 고등학교 1학년에 진학한 후 이혼을 했다.



두 사람은 서로 신뢰가 없기 때문에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없다며 나와 언니에게 누구를 따라갈 건지 정하라고 했다. 언니는 당시 엄마와 늘 아빠 욕을 같이 했었기 때문에, 엄마를 따라가겠다고 했고 그 누구보다 엄마 아빠 이혼에 찬성하며 빨리 아빠랑 이혼하라고 엄마를 부추겼다.


나는 엄마에게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참고 내가 대학에 들어가면 그때 이혼을 하면 안 되냐고 말했다. 엄마는 미안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며 너희 언니가 저렇게 아빠를 싫어하는데 자기가 엄마로서 마음 아픈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나에게는 미안하지만 너도 언젠가 엄마를 이해할 거라고 했다.


아빠는 사실 그때 당시에 엄마랑 이혼을 하기 싫어했다. 처음에는 엄마가 이혼하자고 하자 맘대로 하라며 세게 나오던 아빠는, 이혼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르 엄마는 아빠와 이혼을 했다.


나르 엄마는 자신이 이혼한 가장 큰 이유는 나와 언니 때문이라고 했다. 엄마가 아빠와 더 이상 결혼 생활을 할 수 없어서 보다도, 우리의 교육과 정서를 위해 아빠와 같이 살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지 않아서 이혼한 거라고 했다.


아빠와 이혼 한 엄마는 아빠에게 하던 나르시시스트 짓을 나와 언니에게 나눠서 하기 시작했다.


유학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 대학을 다니던 언니는 이제 성인이었기 때문에 엄마와 집에서 마주칠 일이 나보다 적었다.


엄마는 자신의 분노와 불안 그리고 스트레스를 풀 감정쓰레기통이 필요했고, 그건 나였다.



엄마는 우리가 아빠를 따라갔었다면 자신이 해주는 것만큼의 애정과 사랑을 받지 못했을 거라고 나와 언니에게 꾸준히 말했다. 본인보다 연봉이 높은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딸 둘을 양육해야 하는 엄마는 급격히 줄어든 수입과 급격히 높아진 지출에 매우 힘들어했다.


나르 엄마는 이혼 후 매일 저녁 퇴근 후 소파에 앉아 나와 언니에게 자기 혼자 딸 둘을 양육하는 게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했다.  


너희를 키우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이번달에도 마이너스 통장에 얼마가 찍혔는지 아냐며 마이너스된 금액을 소리 높여 말했었다. 돈이 너무 많이 나가고 회사가 멀어 출퇴근하는데 몸이 너무 힘들다며 매일 밤 퇴근하면 우리에게 감정을 쏟아 놓다가 지쳐 쓰러져 잤다.


엄마는 퇴근하면 내 방에 들어와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감시했다. 나르 엄마는 12시가 지나면 내가 아직 공부하느라 깨어 있는지 베란다를 통해 확인하고서야 자러 안방에 들어가곤 했다.   


나는 당시 늦게 까지 공부를 했었는데, 새벽이 되면 엄마가 베란다를 통해 내가 깨어있는지 꼭 확인을 했었다. 나는 엄마가 내가 공부를 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베란다에 볼일이 있는 척 나와 본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엄마가 쾅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내가 언제쯤 잠들어야 엄마가 내일 아침에 화를 안 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나르 엄마는 자기는 이제 이혼녀이고, 꼬리표가 붙은 거며 너희들도 이혼 가정 애들이니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공부를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늘 말했었다.  



하지만 너무 특이했던 것은, 나르 엄마는 내가 싫다고 해도 굳이 비싼 과외를 시켜가며 내게 사교육 비를 미친 듯이 썼다는 점이다. 엄마는 내게 너는 이혼가정 아이이니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고 했다.  



나르 엄마는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지 않고 받고 싶지도 않았던 비싼 과외 기회를 지인을 통해 구했다.

이 선생님들을 구하느라  자기가 알아본 인력과 시간이 얼마나 들었는지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이 과외에 지불한 비용이 각각 얼마가 들었고, 너의 교육을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 아냐며 과외 선생님이 떠나고 나면 내 방에 들어와 공부하는 내 뒤에 서서 계속 말했다.


내 등급과 등수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가만 안 두겠다며 나를 압박했다.

나르 엄마는 내게 물타기를 꾸준히 했고 이번 투자 이후 내가 대학입시에 실패할까 봐 매일 불안해했다.



내 나르 엄마는 자신의 스트레스와 불안함을 내게 폭언과 독설을 하면서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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