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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Sep 29. 2023

딸에게 폭언하는 엄마

나르시시스트 엄마의 이상한 말

그때는 엄마가 힘들었었잖아, 제정신이 아니어서 말 실수한 거지. 너도 이젠 과거 얘기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잘 지낼지 집중해 옛날 얘기하면서 질질 짜지 말고.    

- 나르시시스트 언니


너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진짜 제정신이 아니네, 엄마라는 사람이 진짜 제정신이 아니야.

- 나르 엄마의 남동생   


위의 대화는 삼촌 집에 놀러 간 날 내가 들은 말이다.


언니가 엄마가 자기를 억압한다며 삼촌에게 푸념을 늘어놓길래,

나도 용기를 내서 내가 엄마한테 고등학교 때 이상한 말을 들어서 너무 힘들었는데, 엄마는 정작 그런 말을 한적 없다고 하면서 인정도 사과도 안 한다고 울면서 한 말에 대한 반응이다.

이 상반된 반응은 같은 스토리에 대한 나르시시스트 부모(이하 나르 부모)의 골든 차일드와 정상인의 차이를 보여준다.  


나의 나르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본인이 어떤 이유에서건 불안함을 견딜 수 없을 때마다, 내게 막말과 수치스러운 폭언을 퍼부었다. 또한 딸에게 엄마의 위치에서 잘 되라는 마음으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조언을 해주는 척하면서 나를 끊임없이 깎아내리고 비난했다.


나르 부모의 언어 습관 중 하나는 자식에 대한 폭언과 인신공격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나르시시스트 엄마에게 가족은 소파나 의자 같은 도구이다.

기분이 나쁠 때 소파를 향해 욕을 하거나 독설을 뱉어도 딱히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나르 엄마는 가족에게 험한 말을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엄만데 이런 말도 자녀에게 못 해? 하고 생각한다.


'자기 자식에게 저런 말을 진짜 한다고?' 하고 사람들이 경악할 만한 말들을  "오늘 날씨가 너무 좋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게 나르시시스트 부모이다.  


과연 내 나르 엄마가 내게 했던 이상한 말 은 무엇이었을까.




나르 엄마가 내게 한 이상한 말 1



고등학교 시절 엄마, 언니 그리고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서 하는 성매매 업소 관련 살인사건 내용을 시청하고 있었다. 티비를 보던 엄마가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처럼 얼굴에만 신경 쓰고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몸 파는 여자가 되는 거야."


나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너무 수치스럽고 화가 나서 엄마한테 소리 지르며 그게 무슨 소리냐고 했다.

나르 엄마는 왜 화를 내는 거지? 내가 틀린 말 한 거냐?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옆에 있던 언니도 엄마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걸 깨닫고 나서야


"니가 얼굴에만 신경 쓰고 공부를 안 하잖니, 너 그럼 저렇게 되는 거야"


라고 하며 네가 잘 되라고 하는 조언이니 새겨들으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는 화가 나서 방으로 들어가서 엉엉 울었다.  


나는 당시 중 고등학생 들이라면 쉽게 접할 수 있던 로드샵 화장품들을 사용했었다.

내가 로드샵 제품을 사용하는 걸 본 나르 엄마는 내게 그런 싸구려 제품을 사용하는 거냐며 핀잔을 주고는 했다. 내가 쓰던 제품들은 초록색 톤업 크림과 주황색 틴트 같은 것이었다.  


내가 이런 화장품들을 쓰는 걸 알게 된 나르 엄마는, 화장을 할 거면 로드샵 브랜드를 사용하지 말고, 성분이 좋은 겔랑이나 샤넬 같은 본인이 쓰는 화장품을 가져다 쓰라고 했었다. 그렇게 화장품을 쓰라고 주고는,

"학교 다른 친구들이 네가 그런 브랜드를 쓰는 걸 보면 다들 부러워하지?" 하고 매번 물어보고는 했다.


나르 엄마는 나에게 피부 걱정 하지 말라고 중학교 때 피부과 진료를 끊어 주기도 했다. 너는 얼굴이 예쁘니까 피부를 미리 관리해야 한다면서 나에게 마사지도 시켜줬었다. 이런 혜택은 고등학교 때도 이어졌다.

  

나는 내가 외모를 가꾸고 관리하는 데에 엄마도 별 불만이 없는 줄 알았다.

오히려 성분이 좋은 화장품을 쓰라며 비싼 제품을 주는 엄마가 나는 좋았다.

다른 엄마들은 아무것도 바르지 말라고 한다던데, 우리 엄마는 생각이 깨어있는 쿨한 엄마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너처럼 얼굴에 신경 쓰고 공부 안 하면 몸 파는 여자가 되는 거라는 폭언을 들은 이후,

나는 엄마가 내게 주었던 비싼 화장품들을 모조리 버려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피부 관리를 받으러 이후에 엄마랑 같이 가면서도, 그날 들었던 폭언이 매번 떠올랐다.

얼굴을 씻거나 코팩을 할 때도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나 수치스러움이 들었다.


나는 그 사건 이후 엄마와 마사지를 받으러 가지 않았다. 그때는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안 간다고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 내면에서 엄마랑 피부 관리를 받으러 가는 것에 대한 불쾌함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나르시시스트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얼마나 성공한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똑똑한지 알려주고 싶어 한다. 이런 욕구 탓에 자녀는 엄마의 완벽함과 우월감을 증명할 수 있는 도구나 액세서리가 된다. 마치 상장이나 상패처럼.
- 썸머,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책과이음, (2020), p25.



나의 나르 엄마의 이상한 말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르 엄마가 내게 한 이상한 말 2


야자가 끝나고 집에 온 어느 날, 얼마 후 집에 들어온 엄마가 내 방에 불쑥 들어오더니 교복을 갈아입는 나에게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까 택시에서 너희 학교 교복을 입은 여자애가 택시에서 내리는 걸 봤는데, 그 옆에 어떤 아저씨가 앉아 있었는데 그거 너 아니니? 너 혹시 원조교제하고 다니니?"  


순간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건가 싶어 나는 멍해졌다.


나는 엄마에게 무슨 소리냐고, 나는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걸 봤으면 우리 학교 여자애 아빠가 딸을 내려줬겠지, 그걸 보고 그런 생각을 하냐고 기분 더럽다고 울면서 말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고, 엄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나한테 어서 사과하라고 울면서 소리 질렀다.


내 나르엄마는 경멸이 가득 찬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그럼 내가 돈을 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무슨 돈으로 네가 물건을 사고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는 거야? 네가 원조교제를 하지 않고는 네가 돈이 어디서 나겠어? 너 어디서 돈이 난 거야?"

 

라고 말하고는 눈을 부라리며 나를 의심하는 눈길로 쳐다봤다.  


나르 엄마는 그 말을 듣고 미친 듯이 우는 나를 세워두고는 본인 옷을 갈아입으러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사과를 하라며 소리 지르는 나를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나는 엄마방 앞에서 사과하지 않으면 친구 집에 가서 자겠다고 울면서 계속 소리 질렀다.  


내가 친구 집에 가서 자겠다고 말하자마자 나르 엄마는 방에서 나와 나를 따라오면서 계속해서 그럼 네가 원조교제한 게 아니면 돈이 어디서 났냐고 말을 했다. 너가 지금 집에서 만약 나가면 넌 나랑 평생 연을 끊을 생각 하라고 하며 나를 집에서 쫓아내겠다고 협박했다.


'평생 부모 자식의 연을 끊자' 멘트는 이때를 기점으로 나르 엄마의 단골 협박 멘트가 된다.


집에서 쫓겨날 수도 없고, 집을 나가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던 나는 그냥 할 수 없이 방에 들어가서 울면서 잤던 기억이 있다. 너무 슬퍼서 심장이 뻐근한 기분이 든다는 게 뭔지 이때 처음 알았다.  


사실 한 번도 친구네 집에서 자본적이 없기 때문에 왜 내가 그렇게 말을 했었는지는 모르겠다.

내 나르 엄마는 내가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친구가 있긴 한지 등등에 대해 전혀 물어본 적이 없다.

그냥 집에서 나가겠다고 말하면 엄마가 나한테 사과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르 엄마는 내게 사과를 하지 않고, 내가 집을 나가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매우 분노하는 듯 보였다.  



나에게 '원조교제를 하고 다니는 게 아니면 니가 돈이 어디서 냤냐'는 말을 한 다음날, 나르 엄마는 마치 어제저녁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 방문을 열고 '토마토 주스 갈아 놨으니 먹고 가~엄마 출근한다~ ' 라며 특유의 꾸며낸 우아한 목소리로 아침인사를 하고 출근했다.  


그 당시 언니는 대학생이었고 나는 고등학생이었으니 당연히 대학생인 언니처럼 과외를 하며 용돈도 못 버는, 엄마 기준에서 공부하는데 돈 먹는 하마인 나는 힘들게 일하는 엄마의 눈치가 많이 보였었다.  


나르 엄마는 내가 용돈을 달라고 하면 기분이 좋을 때는 문제집을 사거나 병원에 가라고 카드를 주기도 하고, 기분이 나쁠 때는 눈을 부라리고 돈을 헤프게 쓴다며 눈치를 줬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한 이후 나는 가끔 아빠를 만났었다. 아빠가 용돈을 주면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사거나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곤 했다.  


너무 안타깝게도, 나는 당시에 어떻게 엄마라는 사람이 딸한테 저런 말을 하지?

어떻게 저런 말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지?

어떻게 나에게 사과를 안 하지?  라는 생각도 했지만,

내가 엄마한테 아빠를 만나서 용돈 받은 것을 사실대로말 안 해서 엄마가 나를 저렇게 오해한 건가...?

내가 엄마가 심한 말을 하게 만든 건가...?  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엄마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나는 화가 났고 엄마가 먼저 내게 와서 사과를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엄마는 내게 그런 말을 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았다.


나는 어디 가서 엄마한테 이런 말을 들었다고 말도 못 하고, 내가 들은 말들이 너무나도 수치스러운 말들이라 화가 나고 슬펐다.  


몇 주가 지났다.  


나는 엄마한테 그때 그런 말을 왜 했었냐고 물었다. 나에게 그때 이상한 말을 한 것을 사과하라고 했다.


나르 엄마는 당황한 듯 그게 무슨 소리냐고 말을 더듬더니 자기는 그렇게 말한 게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고 발뺌했다.  



고등학생이던 나는 몰랐다. 나르시시스트 엄마가 편집증 적인 측면을 가졌기 때문에 내게 그런 말을 한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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