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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Sep 29. 2023

딸을 의심하는 나르시시스트 엄마

악성 나르시시스트 엄마의 편집증

엄마 아빠가 이혼 한 이후 나는 엄마 언니와 살았다.


나르 엄마와 이혼한 아빠는, 이혼 이후에도 내가 살던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나자고 종종 연락을 해왔다.

아빠는 나를 만날 때면 가끔 용돈을 챙겨 줬었다.  

방과 후에 집 앞 카페에서 만나서 나와 언니에게 용돈을 주고, 어떻게 지내는지 같이 일상 얘기도 하고 그랬다.


나르엄마는 나랑 언니가 아빠를 만났다는 사실을 말하거나 용돈을 받았다고 할 때마다

 '그래 너희 아빠니까 너희는 만나도 되지'라고 말하면서 어디서 만났고, 용돈을 얼마 받았는지, 몇 시간 동안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집요하게 물어봤다.  


엄마는 앞으로 아빠를 만나면 꼭 자기에게 얘기를 하라고 했다. 

나랑 언니는 아빠를 만난 날이면 엄마가 집요하게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을 해줘야 했다.

엄마는 우리가 아빠한테서 용돈을 많이 받아 오길 바라다가도, 우리가 진짜로 평소보다 용돈을 많이 받은 날이면 "너네 아빠는 지 새끼 키우는데 고생하는 나한테 돈을 더 줄 생각은 안 하고 너희에게 용돈을 준다"며 분노했다.   


나르엄마는 우리가 아빠를 자주 만나는 사실을 알고 나서 우리를 미워하고 배신자라고 몰아붙였다. 결국 언니는 아빠가 너무 나쁜 사람이고 꼴도 보기 싫다며 아빠를 보러 안 나갔었다. 나는 아빠가 언니 몫으로 주는 용돈 봉투를 가지고 집에 와서 언니에게 전달했다.  


나르 엄마는 내가 언니에게 용돈 봉투를 전달할 때마다, 웃으며 "네가 언니 용돈  얼마씩 빼돌린 거 아냐?"라고 말하곤 했다.


나는 펄쩍 뛰며 아니라고 왜 그렇게 말하냐고 화를 냈다.


엄마는 "너는 너네 아빠 닮아서 살살 거짓말하는 버릇이 있어서 내가 널 믿을 수 없어."라고 말하며 가스라이팅을 했다.


내가 화를 내자 엄마는 더 활짝 웃으며 "화내는 거 보니 내 말이 맞나 보네, 나이 많은 언니가 네가 돈 빼돌린 거 다 아는데 널 봐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나의 엄마라는 사람은 자식들도 서로 믿지 못하고 싸우도록 이간질시키는 나르시시스트였던 것이다. 나는 이후 이런 말들에 진절 넌더리가 나서 아빠에게 언니에게 용돈을 직접 주라고 말했다.


계좌이체를 하던, 직접 둘이 만나던 알아서 하라고.     



악성나르시시스트는 편집증적인 측면이 강해서 충분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이 자신을 기만하거나 해를 가하려고 한다고 여긴다. 예를 들어, 아무런 이유 없이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며 강압적으로 통제하려고 한다. 기업의 고위직인 경우 직원들이 공금을 횡령할 것이라고 의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와 같은 강한 편집성은 악성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공격성과 증오를 대상에게 투사하는 것이고, 동시에 자신의 공격성을 합리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원은수, 『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토네이도(2023), p50.




나르 엄마는 내가 용돈을 받았다고 하면, 아빠한테 용돈 받았으니 이번달 용돈은 없다고 했다.

아빠가 이번에는 용돈을 주지 않았다고 하면 사실은 받았는데 본인에게 두배로 용돈을 받으려고  거짓말하는 거지 않냐며 우리한테 쏘아붙였다. 

그리고 실제로 아빠를 만나는 달에는 용돈을 주지 않았다. 용돈을 받아 놓고 자기한테 안 받았다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며 분노하던 엄마의 표정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르 엄마는 이후 내가 혼자 아빠를 만난다는 사실을 싫어하면서도 아빠한테 새 애인이 생기는지, 어디서 살고 있는지 떠보라고 내게 미션을 주고는 했다. 내가 그런 건 물어보기 좀 그렇다고, 싫다고 하자 너는 네 아빠 편을 드는 거냐며 나쁜 년이라고 했다.  


이혼하면 그만이지 왜 아빠가 새 애인이 생기는지 궁금해하는지 나는 늘 의문이었다. 아빠는 정작 나르시시스트 엄마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찾은 듯 보였다. 예전만큼 대화할 때 짜증을 내지도 않았고, 기분 나쁘다고 화를 내지도 않았다.


반대로 나와 언니는 날이 갈수록 짜증이 늘었고, 기분이 나쁘면 바로 화를 내고는 했다. 나르시시트 엄마의 분노와 화가 나와 언니에게 대물림되고 있었던 거다.


왔다 갔다 반복하는 나르 엄마의 반응 때문에, 나는 아빠를 만난다는 사실을 엄마와 언니에게 말하지 않고 몰래 아빠를 만나고는 했다. 내가 아빠를 만났다는 사실을 언니에게만 말하고 엄마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하면, 귀신 같이 엄마가 몇 시간 만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언니는 이때부터 슬슬 새끼 나르의 세계로 빌드업을 시작하는 중이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아빠를 만난다고 말을 안 했기 때문에 엄마가 나한테 "너 원조교제 하고 다니니? 네가 원조교제 하는 게 아니면 돈이 어디서 났니?"라고 말하고 의심하게 된 걸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엄마에게 이런 수치스러운 폭언을 들었던 나는 당시 내가 엄마가 막말하는데 조금은 원인 제공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르 엄마는 본인에 대한 의심은 절대 안 하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끊임없이 의심했는데, 오히려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해 의심하고 죄책감을 갖게 되었다.


나르 엄마는 내게 막말과 폭언을 쏟아 놓고, 자기가 그런 말을 한 이유는 내가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게 행동해서 원인 제공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엄마가 막말을 한 이유는 내가 원인제공을 했기 때문이니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주장을 나르 엄마는 늘 했다.


폭언과 독설로 가뜩이나 마음이 다친 나는 '내가 독설을 들은 이유는 나 때문인가 봐'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엄마에게 폭언을 듣고 기분 나쁜 감정이 드는 나는 버릇없는 아이고, 내가 그런 말을 듣게 행동한 것에 대해 반성하지 않기 때문에 불쾌하고 슬픈 마음이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 스스로를 의심했다.



나는 나르 엄마와 살면서 점점 내가 미친 걸까? 하고 의심하게 되었다.


왜냐면 나르 엄마가 자신이 했던 말이나 행동이 전혀 없었던 일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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