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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Sep 29. 2023

나는 욕먹어도 할 말은 하는 애였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할 말은 한다


나르시시스트 부모(이하 나르 부모)는 언제든지 자신이 우선이기 때문에, 특별히 자신을 빛내주지도, 펀칭백 역할도 하지 않는 자녀에게는 관심도 주지 않고 방치한다. 선천적으로 내성적이고 까다롭지 않고 요구사항이 많지 않은 아이가 인비저블 차일드를 맡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비저블 차일드는 나르 부모에게 관심을 요구하거나 뭔가를 요구하면 나르 부모가 성가셔하고 짜증 대 폭발이 되기 때문에,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 아웃 오브 안중 역할을 자처한다. 학교나 회사에서도 조용하고, 자기주장을 하지 않고 호불호가 딱히 없는 사람이 된다. 아웃사이더로 지내는 것을 편하게 여기고 별로 부모를 즐겁게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런 자녀들은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오히려 반항하거나 비행을 하기도 한다.


폭언과 폭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해서 인비저블 차일드가 학대에서 자유로웠다고 할 수는 없다. 부모의 돌봄과 관심이 필요한 시기에 방치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학대를 당한 것이다. 나르 부모는 그 누구보다도 절대로 부모가 되면 안 되는 사람이, 자녀를 낳아서 학대를 가하며 불행을 생성해 내는 사람들이다.  



나는 트루스 텔러 자녀의 역할도 맡았었다. 나르 부모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일찍 감지한 트루스 텔러 자녀는, 이름처럼 부모에게 진실을 말해주게 된다. 나 또한 이 자녀의 역할을 맡아서  절연(No Contact)을 하기 전까지 나르 엄마에게 진실을 말해왔다.  


"엄마는 왜 다른 사람들을 헐뜯고 비난해요?", "엄마는 왜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꼴을 못 봐서 안달이에요?"

"아무도 무시한 적이 없는데 왜 자꾸 엄마를 무시하냐고 사람들한테 시비를 걸어요?"


나르시시스트 들은 자신의 잘못을 비나하는 사람들을 극혐 한다.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자녀는 나르시시스트에게 정신교육 및 폭언의 대상이 된다. 트루스 텔러 자녀들은 진실을 말한 후 나르 부모가 자신을 공격하기 때문에, 점차 부모와 거리를 두고 혼자만의 세계를 만든다. 말을 하지 않더라도 표정과 눈빛에서 자녀가 부모를 판단하고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나르 부모가 모를 리가 없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신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한 자녀를 보면 매우 화가 나고 공격적인 태도로 자녀를 대한다. 트루스 텔러 자녀들은 스케이프고트 역할을 같이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트루스 텔러이자 스케이프고트였다. 

폭언과 폭력에 외로워도 슬퍼도 진실을 목놓아 말하는 스케이프고트.  




선천적으로 공감 능력과 통찰력이 뛰어나고 상대방의 감정에 예민하며, 감성지수(EQ)가 높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상대 나르시시스트에게 본인한테는 원래 타고난 그런 능력들이 없다는 것을 더 잘 느끼게 된다. 보편적으로 나한테 없는 것이 남들에게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이유는, 내가 가져본 경험이 없으니 남이 있는지 없는지 알 방법이 없어서다. 반면에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상대가 갖고 있지 않으면 그 부재가 눈에 잘 띌 수밖에 없다.

원은수, 『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토네이도(2023), p161.


책 <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에서 트루스 텔러 자녀에 대해 읽고 난 이후, 나는 매우 화가 났다. 나를 그딴 식으로 대우한 엄마와 언니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지들보다 뛰어난 기질을 가진 나를 보고 질투가 난 나머지 그렇게 괴롭혔던 거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개인의 단점을 인정하기 싫다는 이유로? 단지 본인들의 부족함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서? 하... 이런 유치한 인간들에게 그렇게 당한 거라니...


엄마는 아빠에 대한 비난을 나와 언니에게 자주 했다. 싸움의 원인은 항상 아빠 때문이라고 했고, 아빠가 본인을 괴롭혀서 엄마는 피해를 입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했었다. 그때마다 나는 "근데 엄마도 아빠한테 욕을 했잖아." "근데 엄마가 먼저 아빠한테 물건을 던졌잖아." "아빠는 그런 말 한 적 없어,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내가 들었는데?"와 같은 진실을 자주 말했다. 그러면 엄마는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네가 뭘 알아! 너 엄마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하며 화를 냈다.  

     


트루스 텔러 자녀들은 점차 성장하며 부모에게 용기 내어 어떤 부분들이 잘못됐는지 바른말을 하기도 하는데, 나르 부모는 이런 자녀에게 더 매섭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에 트루스 텔러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확실히 부모와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고, 건강하지 않은 가족에게서 벗어나려고 시도한다. 객관적으로 부모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려주기도 하고, 거리를 두려고 하면 다른 가족 구성원 들로부터 "엄마는 아무 문제도 없어! 네가 이상한 거야, 부모가 완벽하지 않다고 멀리하는 것은 불효이지, 네가 얼마나 잘났기에 부모를 판단해" 라며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다.

원은수, 『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토네이도(2023), p163.




엄마 아빠가 이혼한 후, 끊임없이 아빠와의 과거 스토리를 쏟아내는 엄마에게 내가 말했다.  

"엄마 진짜 마음이 너무 힘든 거 같으니까 심리 상담을 받아보세요."  


나한테 엄마는 수도 없이 아빠가 한 실수를 말했는데, 그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 대사까지 외우는 내가

"아... 힘드셨겠네요."라고 대충 대답하며 별로 반응이 없으면, 엄마는 내 표정을 보고는 "너희 아빠는 심지어는, 글쎄 이런 일까지 있었어." 라면서 더 자극적이고 자신에게 더 큰 상처를 준 스토리를 이야기했다.  심지어는 부부끼리만 공유하는 사적인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까지 고등학생인 나에게  주절주절 늘어놨었다.  


"엄마 그런 말은 나한테 하지 마요. 좀 토 나올 거 같아. 세상에 어떤 부모가 딸한테 그런 말을 해요? 진짜 엄마 너무 이상해 왜 그래요 진짜?"라고 내가 말하면서 방에 들어가면, 엄마는 방으로 따라 들어와 "너 엄마를 미워하는구나, 너는 엄마를 싫어하는구나."라고 하곤 했다.  


나르 엄마의 충성 하인인 골든 차일드 언니도  엄마가 아빠와의 사적인 얘기까지 할 때는 비위가 많이 상했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엄마 왜 그래? 그런 말은 하지 마 듣기 싫어라고 하며 방에 들어가곤 했다. 그러면 엄마는 절규를 하며 딸년들이 이제 머리가 커졌다고 나를 편먹고 쌍으로 공격하고 비난한다고 했다.   


내가 이렇게 항상 엄마가 신세한탄 늘어놓거나,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면서 즐거워할 때마다 그만하라고 하면 엄마는 점점 더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나를 심하게 괴롭혔다.   


"너는 엄마를 미워하잖아 그렇지?", "너 엄마를 엄마라고 생각하긴 하니?", "너 엄마를 진짜 사랑하긴 하니? 아니잖아. 넌 엄마를 싫어하잖아!"라고 소리 질렀었다.   


마지막으로 엄마를 봤던 그날.

내가 엄마와의 절연을 결심했던 그날 엄마는 나한테 소리 질렀었다.   


"넌 엄마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니?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니! 너한테 도대체 엄마는 뭐니!"   



뭐긴 뭐야. 나르시시스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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