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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Apr 24. 2024

남자 친구에게 담배 핀다고 말했다

나도 피는데, 너가 못 필 이유가 있니

어, 너도 담배 피우니? 한대 피러 갈까?


가 되는 남자를 만나기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소개팅을 100번 가까이하면서도 그런 남자는 본 적이 없다.

(피우는 놈이나 피우지 않는 놈이나 모두들 다. 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나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훈계를 하더라...)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담배를 배웠다.


사실 담타(담배 피우는 타임)에 상급자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싶었던 이유가 가장 컸다.

나는 금융권에서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취준생이던 시절 나의 하루는 늘 11시 이후에 시작되었었는데, 취업을 하고 나니, 회사 사람들의 하루는 자신이 담당하는 국가의 주식시장에 맞춰져 있었다.


나는 신입 때 국내와 미국 투자 상품 관련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 말은 나는 24시간 동안은 긴장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죽을 것 같았다.

개미로 국내와 미국 주식 투자를 하는 것과는 다른 지옥을 맛볼 수 있다. ㅋ


뭐 굳이 그래서 담배를 배웠어야 했어? 라고 누군가 말할 수도 있지만. 사실 담배에 대한 나의 변명의 모든 것은 핑계다. 어쨌든 포인트는 내가 일을 배움과 동시에 담배도 배웠다는 것이다.


그렇게 담배와 금융, 일 머리, 자본주의를 배우고 나는 내가 원했던 IT회사로 이직을 했다.


모두가 차분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 없는 분위기.


너무 좋았다!


그 누구도 이직한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형식적이고 사회생활을 위한 인사를 할 뿐,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중,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당시 남자친구는 담배를 피웠다.

사귄 지 일주일이 되던 때,

나는 조심스럽게 내가 담배를 피운다고 말했다. ( 스트레스받아서 좀 펴야겠어.)


내가 담배를 피운다고 말해서 실망했어?라고 물어봤던 것 같다.


남자 친구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뭔 소리야. 나도 피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내가 하는 걸 남에게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 눈치 보지 마.  


그러게.

내가 왜 눈치를 보지?


내가 담배를 안 피웠어도 네가 담배를 피워도 뭐라고 안 했을 거야. (이건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믿어주기로 하자.)


그렇네. 맞는 말을 하는군.


30살에 처음으로 남친을 사귀면서 눈치보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 피웠다.

남자 친구의 '내가 하는 걸 남에게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 라는 말이 머리를 맴돌았다.


데이트 후 집에 와서도 생각이 났다.


그러게. 왜 그렇게 눈치를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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