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ngerine Apr 12. 2024

감정기복이 없는 남자 친구

 나는 평생 남자를 볼 때 심성을 보려고 노력했지만, 사실 얼굴을 매우 많이 봤다.


연예 예능에서 출연자들이 "저는 얼굴보다는 가치관을 봐요"와 같은 말을 할 때 나는 남자 친구 눈을 바라보고 말했다.


"나는 얼굴 봐. 진짜 엄청 봐."


남자 친구는 그러면 매우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나도 얼굴 엄청 봐. 외모가 젤 중요해."



얼굴 보고 사귄 남친은 성격도 좋았다. 매우 착한 남자였다.


기분이 쉽게 가라앉고, 들뜨고 그것이 나도 모르게 표정에 드러나고 말투에 녹아 나오는 성격인 내 눈에 남자 친구는 고요한 호수 그 자체였다.


걱정도 많은 나는 사소한 자극이나 생각에도 쉽게 걱정을 하고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떠올리며 쉽게 피곤해 지곤 했다.


남자 친구는 그 와는 반대로, 본인 뜻대로 무엇이 진행되지 않거나 기분이 상해도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너무 신기해서 어떻게 그렇게 차분할 수 있냐고 물으니 남자 친구는 그냥 허허 웃었다.


그렇다고 남자 친구가 말 수가 없고 조용한 스타일이냐면 그건 또 아니다. 활발하고 할 말도 잘하는데,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거나 큰 소리를 내는 것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자기는 진짜 착한 거 같아! 어떻게 화가 그렇게 없지? 나는 진짜 화가 많은데. 짜증도 없고 이해심도 깊고!"


"나 별로 안착해. 자기한테만 착한 거야. 다른 사람들한테는 별로 안착해."


하... 나도 남편에게만은 착해야겠다.



쉽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남편을 만난 덕에 나는 성격이 전보다 느긋해졌다. 감정이 널을 뛰는 가족들과 살다 보니 나의 감정 기복이 얼마나 심한지 몰랐는데, 남편과 살다 보니 내가 감정기복이 심하다는 것을 알고 감정조절을 하고 싶어졌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남편 바로 옆에서 파도에 달려들어 미친 듯이 서핑을 하는 내 모습이 민망해졌다.


나는 여러 강의와 책을 통해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되었다.


무례하거나 비 상식적인 사람 때문에 화가 나면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변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말고 '아 븅신이구나' 하기.


불안하거나 걱정이 되는 일이 있으면, 나를 불안하게 하는 그 일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해줄 것 같은 조언과 해결 방법을 적어보기. 그리고 감정은 빼고 내가 적은 해결 방법 중 괜찮은 것만 취하기.

  

이 두 가지만 했는데도, 많이 나아졌다.


주변 자극에 쉽게 감정이 변하지 않게 되어 가장 좋은 점은 자기 전 스킨케어를 하며 보는 내 얼굴이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결혼 전보다 훨씬 더 어려 보인다.




추가로 일희일비 안 하게 되니 주식 투자 수익률도 매우 좋아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남친은 남의 눈치를 안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