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남자를 볼 때 심성을 보려고 노력했지만, 사실 얼굴을 매우 많이 봤다.
연예 예능에서 출연자들이 "저는 얼굴보다는 가치관을 봐요"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남자친구의 눈을 바라보고 솔직히 말했다.
"나는 얼굴 봐. 진짜 엄청 봐."
남자 친구는 그러면 매우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나도 얼굴 엄청 봐. 외모가 젤 중요해."
얼굴 보고 사귄 남친은 성격도 좋았다. 매우 착한 남자였다.
기분이 쉽게 가라앉고, 들뜨고 그것이 나도 모르게 표정에 드러나고 말투에 녹아 나오는 성격인 내 눈에 남자 친구는 고요한 호수 그 자체였다.
걱정이 많은 나는 작은 자극이나 생각에도 쉽게 불안해하고,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그런 나와 반대로, 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기분이 상해도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떻게 그렇게 차분할 수 있냐고 물으면, 그는 그냥 허허 웃었다.
그렇다고 남자 친구가 말 수가 없고 조용한 스타일이냐면 그건 또 아니다. 활발하고 할 말도 잘하는데,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거나 큰 소리를 내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자기는 진짜 착한 거 같아! 어떻게 화가 그렇게 없지? 나는 진짜 화가 많은데. 짜증도 없고 이해심도 깊고!"
"나 별로 안착해. 자기한테만 착한 거야. 다른 사람들한테는 별로 안착해."
하... 나도 남편에게만은 착해야겠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남편을 만난 덕에 나는 전보다 느긋해졌다. 감정이 널뛰는 가족들과 살다 보니, 내 감정 기복이 얼마나 심한지 몰랐는데, 남편과 함께 살면서야 알았다. 그리고 나도 감정 조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는 남편 바로 옆에서, 파도에 달려들어 미친 듯이 서핑을 하는 내 모습이 민망하게 느껴졌다.
무례하거나 비 상식적인 사람 때문에 화가 나면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변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말고 그냥 속으로 '아, 븅신이구나'라고 생각하기.
불안하거나 걱정이 되는 일이 생기면, 그 일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해줄 법한 조언과 해결 방법을 적어보기. 그리고 감정을 배제하고, 내가 적은 해결 방법 중 괜찮은 것만 취하기.
이 두 가지만 했는데도, 많이 나아졌다.
주변 자극에 쉽게 감정이 변하지 않게 되어 가장 좋은 점은 자기 전 스킨케어를 하며 보는 내 얼굴이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결혼 전보다 훨씬 더 어려 보인다.
추가로 일희일비 안 하게 되니 주식 투자 수익률도 매우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