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늘 내가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한다고 하면, 본인의 의견과 다를 경우 너가 그걸 어떻게 하냐고 했다.
재능이 있어 보이니 대회를 준비해 보면 좋겠다는 미술 과외 선생님의 말에
"얘는 공부를 시킬 거예요."라고 답한 엄마는 선생님이 가시자, 못 들을 말을 들었다고 구시렁댔다.
"도대체, 남의 자식이라고 그냥 막 미술을 하라고 그래. 이제 겨우 공부 좀 시켜보려고 하는데, 어휴 정말."
미술 대회에 출품을 했고 당선이 되었다.
"잘했다. 전혀 당선될 거라고 생각 안 했는데! 미술을 계속 배우고 싶다고? 더 이상 그만 말해. 예체능을 하면 먹고살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너 이제 내년부터는 미술 과외 그만두자. 다른 학원 다녀야 해."
공대로 원서를 넣겠다는 나에게 엄마는 말했다.
"너가 무슨 공대야! 너는 이과 머리가 아니야... 그냥 이과 과목 성적 좀 잘 받는 거랑 달라. 그걸로 전공을 해서 먹고사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엄마나, 아빠는 이과 머리가 있으니까 공대를 가서 성공한 거지, 너는 불가능해! 영문과를 가서 교사를 하는 게 더 나아!"
나는 공대에 합격했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더 하겠다고 했다.
"너가 대학원을 잘 졸업할 수 있을까? 내가 아는 교수님 추천해 줄 테니, 거기서 배워라. 네가 논문이나 잘 써서 졸업할지 걱정이다 정말."
대학원을 졸업하던 날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 늘 말했지만, 너가 논문이란 걸 써서 석사 졸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 졸업한 것만 해도 대단하다!
근데 엄마 아빠가 둘 다 박사를 했으니까 너가 대학원 갈 생각도 한 거지."
이걸 졸업하는 딸에게 축하라고 말한 걸까?
금융권에 취업을 하겠다는 나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너가 그 힘든 곳에 가서 적응할 수 있겠니? 차라리 공무원 준비를 해. 아니면 남들이 다 가는 IT기업을 가야 너가 힘이 생기지! 거기서 너가 뭘 배우겠어! 문과 애들한테 어차피 밀리고 너는 시키는 일만 할 텐데!"
나의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사기업을 다닌 적이 없다.
그녀는 사기업 면접에서 늘 탈락했었다고 한다.
본인이 못했다고 나도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걸까.ㅋ
취업을 하고 나니 엄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너가 취업에 1년은 더 넘게 걸릴 거라고 생각했어. 너가 졸업 전에 취업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심지어 대기업에 말이야! 역시 이게 다 내가 너를 잘 키워서 그런 거야!"
결혼 전 나는 엄마에게 집에서 일하면서 주식 투자를 통해 돈을 벌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너가 무슨 주식 투자니? 그건 불로소득이야! 사람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지!"
금융 투자는 불로소득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나르시시스트 엄마의 단순함에 놀랐다. 그녀가 생각하는 노동이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업주부를 하면서 투자를 통해 빌딩까지 샀다는 엄마 친구처럼, 나도 투자를 통해 먹고살까 싶다고 말하자 엄마는 내 말을 잘랐다.
"너가 무슨 투자야, 그건 내 친구처럼 집에 재산이 많은 남자랑 결혼 한 사람이나 가능한 거야! 너는 투자로 돈 버는게 불가능해!"
과연 그럴까?
쌉가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