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T발 C야?
남친과 사귄 지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남친에게 MBTI 가 뭐냐고 물었다.
<몰라.>
그에게 온 카톡을 보며 놀랐다.
자기 MBTI를 모른다고?
<검사는 해봤을 거 아냐. 검사도 안 해 봤어?>
<응. 안 해봤어.>
<난 MBTI 궁금한데! 재밌잖아!>
<난 그거 안 좋아해. 어떤 성향으로 내가 규정되는 게 싫어.>
'그래... MBTI를 싫어하는 남친을 사귀는구나 나는'라고 생각하며 친구들과 술 먹는 자리에 있는 그에게 재밌게 놀고 나중에 연락 달라고 답장을 했다.
15분 뒤 톡 알람이 울렸다.
<ESTJ야.>
<응?>
<나 ESTJ래. 이 검사에 따르면.ㅋㅋ>
<그걸 술 먹다가 해본 거야?>
규정되는 게 싫다던 남자 친구는 내가 MBTI를 궁금해하니, 술을 마시다 말고 검사를 했다고 한다.
<아니 질문이 엄청 길던데? 나 ESTJ래.>
역시. T였어.
나는 INTJ다.
MBTI는 상황과 시기에 따라 변화한다고 하지만, 나와 남편의 T 성향만큼은 아마 계속 유지될 것 같다.
나는 주변에서 매우 T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내 남자 친구는 정말 내가 만난 그 어떤 사람보다도 가장 T였다.
남친은 늘 객관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나에게 말했다.
물론 남자 친구가 공감을 안 해 준 건 아니다.
나: 팀장이 아까도 팀원들 한테 뭐라고 했어 ㅠ진짜 열받아. 이해가 안가네 왜 지랄이지?
남자 친구: 이해하려고 하지 마. 자기 머리만 더 빠져. 퇴근하고 나랑 맛있는 거 먹자.
나: 아까 그 말은 하지 말걸 그랬어, 진짜 후회되.
남자 친구: 생각하지 마~ 이미 한 말인데 뭘 후회해. 신경 쓰지 마.
나에게는 남자 친구의 대답이 공감의 말이었다.
MBTI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궁금해하는 나를 위해 검사를 해주는 남자 친구가 좋았다.
남자 친구와 나는 서로 공감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싸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이전에 했던 연애에서 겪은 사소한 것으로 싸우는 일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가끔 이럴 때도 있다.
나: 힝 나도 긴머리 찰랑찰랑 허리까지 기르고 싶은데. 대체 내 머리는 언제 자랄까?
남편: 자기야, 머리는 자기가 그 말을 하는 지금도 자라는 중이야.
아오 진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