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감자

관계의 기술 - 함께 자라나는 법

by 김여진


아는 감자


아는 감자가 둘 있다. 모두 남자다.

하나는 말을 할 줄 알고 하나는 모른다. 말을 할 줄 아는 쪽은 거의 항상 하고픈 말이 많지 않아 눌변이다. 나머지 한 쪽은 언어의 개념을 모르고 안다 해도 구강구조 때문에 대화는 어렵다. 동시에 내가 아는 어떤 존재보다도 달변이다. 나는 이 애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전달하기에 실패함을 본 일이 손에 꼽는다.


그 감자 둘을 내가 참 좋아한다. 문득 보고 싶어지면 시간이나 마음을 어느 정도 써야만 만날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존재하는 애들이란 것도 닮았다. 내 선택보다 우연으로 아는 감자가 된 녀석들이다. 그들을 계속 사랑하는 한 아마 일정 수준의 귀찮음은 꼭 따라올 거라는 말이다. 그 부분에도 기껍다. 내 삶의 일부를 계속 지불할 의향이 있다.


우연히 같은 학교에서 만났었던 사람 감자는 지금 동해바다에 산다. 선한 눈에 얼핏 덩이줄기 감자나 투박한 개처럼 생겼다. 아주 가끔 연락하고 그보다 더 가끔 얼굴을 본다. 만날 때마다 바보 같은 대화를 나눈다. 많이 웃고 사랑을 느낀다. 그렇게나 짧은 몇 기억을 가지고 돌아오면 다음 분기쯤 그 애 얼굴이 떠오른다. 무던하다. 파근하고, 크게 조각내어 쌀에 섞어 지은 감자밥 속 감자 같다.


지금 내 무릎 위에서 달군 돌처럼 뜨끈한 강아지 감자는 평소 내 오빠의 집에 산다. 내 선택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자주 곧잘 내 강아지 행세를 하다 가는 생뚱맞은 사이다. 정말이지 살면서 만나 본 수많은 존재 중 귀찮기로는 으뜸이다. 사람 말 한마디도 할 줄 모르면서 자기표현은 하나도 빠짐없이 정확히 해 내는 솜씨도 일품이다. 말을 배운 적 없으므로 자기 원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까 걱정할 일도 없어서인 것 같다. 눈을 동그랗게 뜨거나, 법석스러운 몸짓에 뜨끈한 체온을 얹어 놀랍도록 많은 말을 해 낸다. 한없이 귀찮다. 조금 부럽다. 자기가 받을 사랑에 대한 어떤 의심도 느껴지지 않는다.


자주 말을 섞지 않고 마음 한 켠 항시 차지하는 작은 감자 두 알을 생각하며 불편하고 귀찮은 사랑의 미덕을 기억한다. 사람 감자를 위해 언어를 멈추고 오래 달려 그 얼굴을 보러 가고 싶다. 강아지 감자를 위해 몸을 바삐 놀릴 준비는 언제나 되어 있다.


때로 사랑은 몸이 귀찮은 만큼 체득되는 유형의 마음으로 이해된다.


편하기 위해 반드시 가까이 둘 필요는 없다. 만나기 위해 일정 시간과 거리를 뛰어넘어야 하는 거리 밖 감자 두 알을 생각한다. 귀찮다. 그래서 기쁘다.




우리는 타인의 곁을 빌려 성장한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과정에서만 배우는 것들이 있다.

상처와 유머, 결핍과 회복이 뒤섞여 나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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