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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지 Aug 31. 2018

만두와 첫 만남

아빠가 말하기를 우리 집에는 동물이랑 살 수 없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집에 오는 강아지마다 무슨 사연인지 다 집을 나가거나 다른 집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왔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왔던 강아지 해피는 집을 두 번이나 나가버렸고 (어떻게 다시 찾아오긴 했지만... 할아버지 성화에 못 이겨 다른 집에 보냈었다. 내가 하도 울며 난리를 피워서 엄마 아빠가 선의의 거짓말로 해피는 엄마 있는데 가야 한다고 했음... 슬펐지만 해피를 위해 울며 보내주었다.) 고등학교 때 아는 분께 얻어온 진돗개는 정신없이 꼬리 흔들고 뛰어다녀서 정씨가문 정신없는 놈! 이라는 뜻으로 정 신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신아! 라고 부른 지 하루 만에 우리 집 옥상을 탈출해버렸다. 신이는 결국 못 찾고 그날도 동생이랑 둘이 꺼이꺼이 울었었지.


하여튼 아빠는 우리 집에 동물이랑 못 사는 사람이 있는 거 같다고 했다. 동물이 못 버티고 도망가버리는 사람이 있다나? 우리 가족 중 누구일 거야~!라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으래 나일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런 나에게 굉장한 사건이 일어났다.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는 거라니까.


대학생 때 자취를 했었고, 옆 집에 아는 동생 두 명이 살았다. 내가 잘 따르던 선배와도 친분이 있던 동생들이라 서로 잘 챙겨가며 이웃의 정을 나누곤 했었는데, 어느 날 동생들이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왔다. 이름은 베컴이었다. 너무 너무 귀엽고 순둥했다. 너무 좋아서 매일 베컴이를 보러 놀러갔다. 근데 어느날 부터 얘네가 나를 꼬시기 시작한거다. "누나, 누나도 고양이 이렇게 좋아하는데 한마리 데려와요" 하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다. 얘들아 나는 동물이 도망가는 사람이라고! 라고 말하기는 참 부끄러웠다. 부담스럽다. 책임감이 부족해서...라는 말은 이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데려올 아이의 이름까지 지었다 베컴의 그녀라서 빅토리아라고 했다. 여자였음 좋겠고 베컴이는 페르시안 친칠라니까 다른 종을 데려오면 좋겠단다. 이게 무슨 김칫국인가. 환장할 노릇이었다. 열심히 설득해서 "그럼 구경만 가보자"는 합의점을 도출했다.


베컴을 데려온 곳에 도착하고 나는 뜨헉! 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운동가는 길에 지나가면서 매일같이 욕하던 꼬질한 펫샵이 눈 앞에 있었다. 이건 정말 아닌데...싶었다. 반려동물은 잘 몰라도 펫샵에서 데려오는건 정말 좋지 않다고 했는데...더군다나 여기는...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일단 들어가서 구경하는 척만 하고 까탈스럽게 굴다가 나와야지 생각했다. 사실 못데려오겠다고 말은 했지만 나도 나름 마음 속으로 언젠간 데려오고 싶다고 생각 한 로망묘가 있었다. 새하얗고 여자애였음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양이에요!의 표본인 샤방샤방하고 도도한 고양이.


하지만 그 꼬질한 샵에 하얗고 여자애고 샤방샤방하고 그런 고양이는 없었다. 꼬질한 고양이들이 내심 맘에 쓰이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반려동물을 데려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하자고 다짐했다. 불쌍하다고 데려오지는 말아야지 하고. 아쉬운 척 아저씨에게 까탈스럽게 하얀 암컷고양이를 원한다고 했다. 아저씨는 지금 나와있는 애들 중에는 없다고 뒤쪽에 엄청 아가고양이가 있긴 한데 젖도 안뗐다면서, 걔라도 데려가겠냐고 했다. 으... 지금 생각하면 정말!


근데 요 앞에 꼬질한 철망 안에 아기고양이 한 마리가 아까부터 자꾸 눈에 들어왔다. 베컴이랑 같은 페르시안 친칠라였고, 꼬질하고 회색에다 너무 조그맣고, 남자애였다. 내가 생각한 애랑은 완전 다른 애였다. 괜시리 얘를 데려가면...? 아니야 정신차려! 하는 마음 속 다툼이 시작되었다. 얘는 그걸 아는건지 날 보면서 계속 울었다. 나한테 자꾸 뭐라고 말 하는거 같았다. 얘한테 내가 홀린걸까?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우리집에 꼬질한 회색 고양이와 함께 있었다.




만두와의 첫 날


수업을 가려고 집을 나서면 현관문 앞에서 이러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덕분에 지각을 참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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