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y 올라

생명이 있다는 건 살아 숨 쉬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퍽 와닿게 하는 4월. 벚꽃이 피어 곧 만개할 예정인 4월 둘째 주.

이번주말이면 그 화려함은 막을 내린다고 했다.


너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여름.

첫 만남은 그다지 반갑지 않았지. 덥수룩한 털에 생각보다 덩치가 컸고, 예쁘지도 않고..

내가 의지할 대상이면서 보호할 존재로 이번에야말로 너를 끝까지 키울 것이라는 다짐을 가지고,

방 한 군데 펜스를 쳐놓고, 두려운 마음으로 바라보았어.

이름은 뭘로 할지 고민하며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를 찾기도 하고,

너를 절대로 버리지 않을 거라는 의미도 넣고 싶다 생각했어.

그 당시 상담받을 때 내 이슈로 떠올랐던 주제였거든.

결국은 원래 주인이 키우던 이름을 썼지만 말이야..

깜지.


예쁘게 미용하고, 단장하니 잘생긴 얼굴이라며 언제부터 이렇게 이뻤나며 애정을 쏟아붓던 때는

2016년.

인스타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 너의 사진을 올렸지.

독립해서 외로움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네가 함께 있어줘서 고마웠던 시기였어.

좌식으로 된 소파에서 생활하면서 내 옆에는 당연하게도 항상 네가 있었어.

꽃시장에서 꽃을 사다가 드라이플라워를 만든 사진엔 너의 장난감이 있었고, 꽃병에 꽃을 꽂아두면 너와 꽃을 두고 사진을 찍었어.

방 어디선가 평화롭게 자고 있는 너를 찍고, 티브이에 집중하고 있다가도 네가 어디 있는지 살폈지.

깜지야.. 하고 부르며 다른 곳에 있는 너를 불러 내 옆에 뒀던 거 같아.

너와 나의 관계가 반짝거리면 빛이 났던

4년의 시간

애견 박람회에 데리고 가서 옷도 사고,

애견모임을 나가서 다른 개들도 만나게 해 주고, 애견식당과 한강에 가서 함께 시간을 보냈어.

같이 여행도 갔었지. 목포, 월출산 국화축제, 휴양림..

네가 있어서 휴일을 내 만족만을 위해 쓰기보다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로 채우려고 했던 거 같아.

그렇지만 너에게 애정을 주는 양이 때때로 달라지기도 했어.

정작 중요한 일들이 있을 땐 너보단 내 위주로 결정했었으니까..


20대 때부터 만났던 남자친구들을 모두 본 깜지.

내가 남자친구만 생기면 뒷전이 된다고 느꼈을까?

네가 말을 못 해서 다행이지.. 말을 했다면 뭐라고 했을까?

누가 너한테 제일 잘해줬니?


귀염이 넘쳤던 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