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거리는 시절이 지나고 나서 온 빛바랜 푸르뎅뎅한 시절.
결혼하고 나서 임신 중일 때
일을 쉬면서 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생겼고,
이 시기에 네가 남편에게 기댄 사진을 많이 찍었던 거 같아.
시간 여유가 있어서 너를 데리고
이모네 집에 놀러 갔을 때 처음으로 큰 봉변을 당했지.
밤에 이모가 키우는 장군이에게 간식을 주려고 문을 열었는데
너도 그 간식을 먹으려고 나갔다가 뒷덜미를 물렸잖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너무 아픈지 피를 흘리면서 침대 밑으로 가서 숨었지..
병원에 가는 차에서 많이 울었어.. 네가 크게 다친 게 처음이고, 이러다 죽지는 않을까.
너무 미안한 마음이 컸어..
네가 이모를 따라갈 때 장군이가 물진 않을까 걱정되는 생각이 스쳤는데
그대로 두었다는 자책이 들었거든..
다행히 치료받고, 큰 이상 없이 잘 회복되고 있는 너에게 고마웠어.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는 육아에 몰두하느라
친정집에 너를 맡겼었지..
넌 산책도 매일 하면서 건강해진 상태로 왔어.
허나 2순위로 밀려나서 속상했을 너를 생각하니 이제야 마음이 아리고 쓰리다.
네가 혼자 집에 남아있때 배변을 거실에 싸고
식탁 위 음식을 훔쳐먹는 행동을 할 때마다
예전에 비해 자비 없이 화를 내서 혼냈어.
산책도 너를 위한 마음에 나가기보다
집에 실수를 하지 않게 하려고 의무감으로 갔었지.
너는 점점 말라갔고,
뒷 발로 계속 귀를 긁는데 피가 날 정도로 긁어서
그만 긁으라는 잔소리를 매일 수십 번 했어.
넥카라를 씌웠다 빼는 날이 계속 됐지.
산책을 시키고, 발을 닦일 때 아파하는 비명을 지르는 게 점점 심해졌고,
목욕을 시킬 때 엉덩이 쪽이나 다리를 스치기만 해도 싫어했지.
원래 예민해서 싫어했지만 싫어하는 강도가 높아졌었어.
등은 점점 더 굽어져 갔고.. 귀는 긁어서 털이 나지 않을 정도가 되었지.
그런 너를 봐도 안쓰럽다거나 더 다정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네가 가까이 오면 나는 냄새(구취)에 질색하며 저리 가라는 말로 밀어냈어.
목욕을 시켜도 다음날이 되면 냄새가 나는 거 같아서 멀리하고,
사료를 거실에 가지고 와서 먹으니 바닥에 침자국이 남는 걸 보며 인상 쓰고,
아기랑 놀아주고 있을 때 장난감을 던져달라고 가지고 오면 귀찮아하며 던져주고,
아기의자에 떨어져 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발버둥 치는 걸 보면 그만하라고 소리 지르고,
좌식테이블에서 뭔가를 먹으려 할 때마다 다가와서 음식에 달려드는 너를 제지하고,
작은 소리만 들려도 짖을 때 그만 짖으라고 화를 내고,
너의 방석이나 인형에 냄새가 나서 빨래해야 하는 것도 한숨 쉬며 귀찮아하고,
계속 긁어서 털이 나지 않는 귀를 보면 병원에 가야 하는데 하며 괜한 죄책감에 더 긁지 말라고 신경질을 냈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