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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medy Sep 20. 2023

재능

이라고 쓰고. 


재능이란, 참으로 야속한 것입니다. 재능, 이라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에 나는 기댈 수 없습니다. 교회에서 강조하는 공동체에 나는 의지 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나는 신이라는 존재를 믿기에 조금 덜 외로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럴려고 신을 믿게 되었나, 싶다니까요. 아닌데. 복음인데. 그죠? 


대화의 재능, 상담의 재능은, 악마의 재능이 분명합니다. 아니, 또 모르죠. 이걸로 살린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악마가 아니라 그저 잔인한 재능인지도요. 상대와의 진솔한 대화를 위해서 얼굴을 바라보지 않아야하는 불편함을 이해해 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런지요. 보이지 않아도 떨림과 목소리로 보고 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어디엔가 있을런지요.


재능이란, 참 다양한 것입니다. 재능이 있는 사람은 너무나도 많은데, 그 종류 또한 너무나 다양해서, 나는 외로운가 봅니다. 수많은 직업들 가운데에 하필 목회자요, 은행 직원이요, 상담사 따위를 골라서 이러는지도 모릅니다. 하필 내가 하나님이, 사람이, 그리고 돈이 좋아서. 


위로의 재능, 이끔의 재능은, 사탄의 재능이 분명합니다. 아니, 아닐지도요. 이걸로 이뤄낸 일들을 생각해보면, 사탄이 아니라 그저 괴로운 재능인지도요. 이뤄내기 위해서 움직여야만 하고,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비어있는 곳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런지요. 나누지 않아도 마음과 행동을 보고 비어있음을 인지하는 사람이 어디엔가 있을런지요. 


재능이란, 참으로 아픈 것입니다. 나도 위로 받고 싶은데, 나도 상담 받고 싶은데, 이 재능이라는 것 때문에 결국 내가 위로하게 됩니다. 내가 돈을 주고, 내가 위로를 해주고 온다니까요? 내가 돈을 주고, 내가 가르치고 온다니까요? 그들도 결국은, 결국은 그래봤자, 사람이니까요. 


목소리의 재능, 부르짖음의 재능은, 사악한 재능임이 분명합니다. 아니, 꼭 그렇지만은 않겠네요. 이렇게 버텨낸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사악하지는 않은, 그저 공허한 재능인지도요. 토해내기 위해 부르짖고, 위로 받고 싶어서 도망쳐야만 하는 역설적임을 견뎌내어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런지요. 내 속의 부르짖음과 내 밖의 부르짖음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엔가 있을런지요. 


재능이란, 참 축복이여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있기에 나는 웃어야만 합니다. 이것이 없는 자들에게 실망과 상처, 비교와 억울함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는 나의 100프로를 사용할 수도, 나의 10프로만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내가 굳이 사람의 눈치를 봐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아둥바둥, 어떻게든 하나님의 의, 공동체를 경험이라도 해보려고, 이걸 도대체 내가 왜 꾸려야 하는지 이해라도 해보려고. 


예언의 재능, 계산의 재능은, 도려내져야만 하는 재능이 분명합니다. 아니, 혹시나 모르죠. 이걸로 살린 사람들, 해낸 것들, 이뤄낸 것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우울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재수없게 굴려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기다려보는 겁니다. 

걸어보는 겁니다. 

신뢰, 합니다. 

믿,습니다.

합니다.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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