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인벤션 1번을 연습하는 중이었는데, 두 마디의 음정을 치는 동안, 불현듯 킹스클리프에서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차로 이동했던 7박 8일 간의 인도 여행 중에서 사실 '우띠'는 내 기억 속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다.
'마이소르-쿠르그-우띠-쿠누르-코임바토르' 이 여행지에서 '쿠르그'의 강렬했던 기억과 감정들이 내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쿠르그는 인도에 사는 동안 꼭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고, 운무가 없는 맑은 하늘과 별이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을 꼭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가자는 마음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갑자기 우띠의 킹스클리프가 떠오르니 당황스러웠다. 쿠르그로부터 마이소르 외곽을 경유해서 우띠로 넘어오는 길은 '야생동물보호구역'이었다. 차가 달리는 양쪽으로 숲이 우거져 있고, 다양한 종류의 야생동물이 살고 있었다. 시속 30km를 달리며, 각종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었는데, 코끼리가 호랑이가 튀어나올까봐 조마조마했다. 창문을 내리고, 각종 동물을 보면서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야생동물보호구역이 끝난 후부턴, 구불구불한 길을 계속 갔다. 오르고 올랐을때 산이 있었고, 그곳은 우띠가 가까워졌다는 뜻이었다. 우띠는 남인도 내에서도 서늘한 곳으로 유명했는데, 우리가 여행하는 기간은 우기였고, 쿠르그에 이어 우띠에서도 비가 내렸다. 가뜩이나 서늘한 날씨에 비가 내리니 한겨울 날씨처럼 추웠다.
남편은 우띠에서도 두 번째로 좋다는 숙소를 예약했다. Destiny farmstay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비 때문에 길이 엉망이라 숙소까지 우리차로 갈 수 없다고 했다. 우린 주차장에서 숙소까지 사파리차처럼 생긴 바퀴가 엄청 큰 차를 타고 20분 정도 숙소로 올라가야만 했다. 컴컴한 숙소에 도착해 식당에 갔는데 손님이 우리 뿐이었다. 방안은 냉기가 흘렀고, 벽난로에 아무리 나무 장작을 넣어도 방은 훈기가 들지 않았다. 남편은 계속 나무 장작을 떼고 나는 품안에 두 아이를 안은 채 잠을 청했다.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해서 아침에 눈을 떴는데, 비가 오니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남편은 우띠 내에 같은 주인이 운영하는 숙소가 하나 더 있다고 했다. 그곳으로 옮기자고 했다. 숙박비가 좀 차이는 나지만, 이곳보단 덜 추울 거라고 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킹스클리프였다.
킹스클리프는 잔디밭이 깔려 있고, 야외에 레스토랑을 꾸며두었다. 방안에는 전기 난로가 있었다. 적어도 데스티니 팜스테이보단 덜 추웠다. 킹스클리프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고 맑은 날씨에 어린 아이 둘은 잔디밭을 뛰어다녔다. 비눗방울을 날리며 즐거워했다.
바흐 인벤션 1번을 치면서 나는 두 아이가 비눗방울을 날리며 까르르 웃는 장면을 추억했다. 우띠에서 보낸 시간이 힘들었는데, 마냥 힘든 것만 아니었구나. 불현듯, 아주 잠깐이었다 해도 그 날의 따뜻한 온기, 테이블에 놓여 있던 책과 커피가 떠올랐다.
우리는 각자 아이 하나씩 챙겨 아침을 먹인다. 자꾸만 놀려고 달아나려는 아이들에게 이거 한 입만 먹고 가자, 라고 한다.
아이 둘 다 참 손이 많이 가는 시기였다. 소리내어 운 적은 없지만, 울고 싶은 날이 셀 수도 없이 많은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많이 안아줄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한시도 품에 떼놓을 수가 없었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들을 품고 우린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본다. 아이구, 이쁘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