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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그리운 사람은..

by 서은율


남편은 내가 가장 바쁘고 치열했던 시간을 살았던 시간 속에 함께 있었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인문대학 앞까지 오가곤 했다. 함께 논문 쓰던 동기나 언니들의 이름, 얼굴, 스타일, 성격까지도 기억을 하고 있을 정도로.


자려고 누웠다가 그 시절 얘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의 이름을 주고받았다. 졸업한 지 10년이 지나서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던 동생들이 있었는데, 남편은 그녀들도 참으로 명랑했다며, 좋은 성격의 소유자들이라며, 거기에 나에 대한 말도 덧붙였다.


-난 우중충하지 않았나? 그때 논문 쓴다고 엄청 찌들어 있었잖아.

-아니야. 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즐거워 보였어. 자기 그때 정말 열심히 살았어.


이것저것 둘러볼 것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돌진하다 보면 에너지가 모이고,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내 인생에도 하루를 쪼개서, 잠자는 시간 외에는 온종일 나를 쓰임새 있게 만들었던 시간이 종종 존재했다. (아쉽게도, 평생을 그런 것은 아니다.) 나는 종종 그 시간을 회상한다. 그래서 그렇게 살아보려고 시간을 쪼개도 보고, 각종 앱을 이용해서 나를 가둬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목표는 이제 한 가지로만 가 닿지 않는다는데 함정이 있었다.


-그때 사람들 중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

-아니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답이 튀어나왔다. 여한이 없다는 것은 이런 걸까.


미련이 남거나 후회가 남을수록 그리움이 짙은 걸까. 확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한때의 기억은 단호해서 더 이상 그립거나 아쉽지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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