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쓰고 있던 모자가 바람에 휙 날아갔다.
허리춤까지 오는 강물이라 그는 재빠르게 강둑을 뛰어내려가 물속에 뛰어들었다.
모자를 낚아채 아이와 아내를 향해 모자를 흔들었다.
아이도 손을 흔들었다.
그순간 그의 발이 헛발질하며 허공으로 떨어지는 듯했다.
그는 발버둥쳤지만, 강물은 그를 잡고 놔주질 않았다.
멀리서 아내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모자를 꼭 쥔채, 위로 솟구치려고 몸무림쳤지만
그럴수록 아래로 잡아당기는 손,
하얀 손은 그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것이 꿈이라면,
꿈에서 깨어나 지금 참은 숨을 내쉴 수 있다면
아내를 한번 더 안을 수 있다면
딸아이의 뺨에 얼굴을 다시 한 번 부빌 수 있다면
사랑했노라고 말할 수 있다면
비록 지금 떠나지만 곁에 없더라도 계속 사랑할 거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는 모든 말을 간직한채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기만 했다.
아내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곳까지.
그의 끝이 여기라는 걸 알았다면,
미리 알 수 있었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다른 선택을 했을까.
그의 생각은 끊어지고,
오로지 한 가지만 간절했다
편안하게 숨쉬고 싶다.
여기서 끝맺고 싶지 않다.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손에 꽉 쥔 모자가
그의 육신보다 더 무거웠다.
자아에서 벗어나고 싶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글쓰기에서 떠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우연히 신문 기사를 보았습니다. 40대 남자, 이 나이대를 보고 감응한 이유는 남편이 떠올라서입니다. 속이 상했습니다. 아이의 모자를 주으려다가 세상을 떠난 40대 남자.....그를 추모하고 싶었습니다. 비록 졸작이지만,..이렇게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