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우리는 종종 싸운다.
싸우는 이유는 사소하다.
당신의 기억력이 나빠서,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하고
언제 그랬지? 그랬었다고?
천연덕스럽게 반문할 때면
그럴 수 있지 싶다가도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래 바쁘니까 그렇겠지, 라고 체념한다.
이젠 화가 나도
다음 날이면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한다.
당신을 잠깐 알고 지낸 사이라면
서운해서 등을 돌렸을 테지만
하루 이틀이 아니다 보니
그냥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인가 보다
포기하는게 더 빠르겠다
나라면 이런 말을 들으면 속상해서
조금은 노력할 테지만
당신은 이런 말을 들어도 무감각한 사람일 거라
그냥 대놓고 나도 말한다
어쩌면 우린 조금씩 금이 가도
서로 참아주고 넘기는 지도.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화내고 사과받고 용서하던 지난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랑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물음표가 고개를 숙이는 것.
그래서 편안한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