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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ado Sep 09. 2022

Berlin. 조금은 열린 문

정거장



유학을 결심하고 출국 전 언니 방에서 실컷 떠들다가 잠든 적이 있는데, 그 때 언니는 언제든 돌아오라고 했다. 유학이란 단어엔 언제나 미리 겪은 이들의 무시무시한 경험담들이 따라붙기 마련인데, 끝 모를 걱정 대신 언니는 그 어느 지점에서도 언제든 돌아오라고 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그건 포기나 실패 같은 것이 아니라, 있는지도 몰랐던 문을 하나 더 열고, 내 세상을 넓히고 오는 일이라고 했다.


돌아가고싶을만큼 무시무시한 순간에도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언니가 남긴 말을 종점 삼아 내 마음만큼은 그 곳으로 돌려보냈다. 그 말에서 잠시 쉬다보면, 벽으로 보이던 사방의 한 구석에도 조금은 열린 문 하나 쯤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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