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Colleague W.
그는 언제나 '더 나쁠 수도 있었다' 고 했다.
프로젝트 때문에 한숨도 못잤다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달을 보내 학비도 절반 밖에 못냈다거나, 일하는 내내 한 끼니도 챙기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 괜찮냐고 물으면 그는 이런 것쯤은 심지어는 즐거운 일이라고 답했다. 불 하나 없는 한밤에 혼자만 보름달인 것 처럼 웃었다. 그가 말하길, 어떤게 진짜 나쁜 일이냐면,
전쟁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며 가족들과 함께 집을 버리고 시골 마을로 도망쳐야 했던 일. 그곳에 전기나 온기따윈 없었던 것. 선원으로 일하며 바다 한 가운데에서 도망칠 틈 없이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괴롭힘 당하다 파도 속으로 뛰어들기로 결심했던 날. 함께 자라온 친구가 네명의 동생과 두 부모를 먹여살리기 위해 홀로 일만 하다, 일 하고 일 하고 또 일만 하다, 결국 생을 마감한 어제. 그런게 진짜 나쁜 일이라고 했다.
그러니 오늘은 아주 좋은 날이라고 했다. 그러니 꿈을 꾸는건 멋진거라고 매번 초롱한 눈으로 말했다.
올 여름엔 프랑스에 가고싶고, 졸업 하면 진짜 좋은 소재의 옷과 아름다움에 관심 가지는 나라, 적어도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람들 속에서 일하고 싶다던 친구. 언젠가는 되찾아올 고국의 미래를 상상하는 친구. 내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짜 네 행복을 생각하라고 열 올리고 목소리 높이던 밤 이후, 어제는 미안했다며 네 모든 선택을 존중한다는 메세지를 구태여 남기던 친구. 이 타국 속 유일한 동갑내기 친구. 그는 훗날 내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주고 싶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