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네가 내게 가장 친절하고 다정한 동료였다며 내 품에 안겨 우는 작은 이국의 아이를 도닥이며 돌이켜봤다.
갓 스무살이 된 아이는, 비행내내 흔들리던 러시아 항공을 타고 혼자 독일 땅에 도착했던 그때의 나를 상기시켰다. 인천에서 베를린까진 도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려야 맞는건지 모르고, 집 없이 호스텔에서 잠들던 용감하고 어린 맘들의 날.
잔뜩 긴장한 그 아이를 번번이 어느 구석에서 발견하던 겨울엔 나조차도 고통의 한가운데에 서있었더랬다.
그래도, 어디로도 도망가지않고 모든 순간을 직접 느끼고 통과해나가야만 한다는 맘으로, 매일 유리 조각이 섞인듯한 숨을 참지않고 오롯이 쉬었던 때였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 틈틈에도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아이를 발견하고, 지키고자 마음 먹고, 지켰구나. 나의 터널과 바닥에서도 내겐 그런 힘이 있었구나. 그런 마음은 반드시 그렇게 전해졌구나.
초여름의 입구에 선 그 아이의 엉엉 우는 배웅을 통해 내가 얼마나 여기까지 잘 도착했는지 확인받을 수 있었다. 이젠 그 아이가 날 지켜주려 하는구나. 이것 참 멋진 일이다. 겁먹은 어린 내게 필요했던걸 나는 이제 줄 수 있는 조금의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다시 한번 그런 겨울을 지나야해도, 이렇게 어떻게든 여름으로 오면 되는거겠다.
날 떠나보냄에 슬퍼하는 아이를 대여섯번 안아주며 그렇게 확신했다. 맞는 길로 가고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