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이 어둡다.

앨범 커버 기획 1 '오브제'

by Tannamu

"등잔 밑이 어둡다."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 오히려 가장 안 보일 때가 있다. 음악을 짓는 내내 그 말이 가슴에 남았다.

그림자가 사라진 뒤에도 바닥에 오래 남아 있던 빛.

떠나간 사람이 남기고 간 그 온기를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앨범의 얼굴을 '전등'으로 정했다.


그 빛을 담을 그릇으로 '도자기' 외에 다른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Tannamu(탄 나무)'. 타버리고 남은 것들에 대해 노래하는 사람이다. 도자기 역시 그렇다. 뜨거운 불을 견디고, 다 타버린 뒤에야 비로소 단단한 형상을 갖는다. 흙이 불을 통과해 남겨진 것. 내 음악과 가장 닮은 물성이었다.


마침 곁에 흙을 만지는 이가 있었다. 그는 물레를 돌려 매끈하게 깎는 대신, 손으로 꾹꾹 눌러 모양을 빚는 작업을 주로 한다. 멀리서 보면 정갈한 실루엣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사람의 손길이, 그 굴곡진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그 투박한 다정함이 좋았다.


그에게 조명을 부탁했다.


도자기는 가마 문을 열기 전까지 아무도 모른다.

손으로 꾹꾹 눌러 온 감정을 담아도, 불 속에서 한순간에 깨져버릴 수도 있다는 것.

우리의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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