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기획 '드럼'
스케치를 완성곡으로 발전시키는 건, 언제나 가장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처음 흥얼거린 그 순간의 스케치가, 그때의 감정과 가장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편곡을 하고 사운드를 다듬는 건, 어쩌면 내 감정을 깎아내는 일이다. 내가 느낀 그 순간의 떨림과, 듣는 이들이 느낄 감정 사이의 간극.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갈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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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올린 짧은 스케치에 "언제 나오냐", "너무 좋다"는 반응이 달릴 때마다 감사함과 동시에 묘한 두려움을 느낀다. 요즘 사람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에 열광하는데, 나의 '다듬질'이 오히려 그 투박한 진심을 매끈한 포장지로 덮어버리는 건 아닌지.
그래서 이번에도 고집스럽게 '리얼 세션'을 택했다. 내 음악의 중심은 언제나 베이스다. 베이스와 드럼이 우직하게 바닥을 잡아주어야 한다. 테크닉이 화려한 연주자는 많았지만, 내가 원하는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 연주'를 해줄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수개월을 헤매고 실패한 끝에, 프랑스에 있는 한 드러머를 찾았다.
시차, 언어, 낯선 문화. 혹여나 나의 집요한 요구가 실례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기우였다. 그는 지구 반대편에서 나의 추상적인 주문들을 기꺼이 받아주었다. 우리는 메일을 주고받으며 소리를 깎고 또 깎았고, 마침내 내가 원하던 그 묵직한 질감을 찾아냈다.
"좋은 스튜디오를 예약했어. 완벽하게 녹음해서 보낼게."
그가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제 다시 기다림의 시간이다. 협업이란 결국, 서로의 호흡을 기다려주는 일의 연속이기에.
파리에 있을 그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