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
사람은 ‘놓치기 쉬운 것’을 놓치지 않았을 때, 혼자서 감동한다. 마치 자신만이 그것을 발견한 듯, 세상의 비밀을 처음 열어본 사람처럼 느낀다. 그 감동은 작고 소박하지만, 마음의 깊이는 한없이 크다. 사람들은 집중해야만 보이는 것들, 어쩌면 눈길을 주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질 뻔한 것들을 간신히 붙잡아 소중히 간직한다. 나도 그렇다. 그런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는 그것들을 기록한다. 메모에 적거나, 목소리로 남긴다. 무심코 흘려나온 단어들, 어디선가 불현듯 떠오른 멜로디. 아주 평범하고 작은 것들이지만, 그렇게 모아둔 메모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어느새 나만의 ‘감동 모음집’이 되어 있다. 작은 것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그 감정의 집합은 내게 거대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 모음집을 혼자 품기엔 벅차다. 내가 본 것을 누군가에게도 보여주고 싶고, 내가 느낀 감정이 다른 이에게도 닿기를 바란다. 하지만 쉽지 않다. 내가 느낀 것을 말로, 소리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도 그것이 온전히 전해지진 않는다.
감동은 이렇게 크지만, 표현은 언제나 그보다 작다. 처음의 감동이 말이나 선율로 전해질 때마다 조금씩 옅어지는 듯하다. 그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 그 자체가 또 다른 감동이 된다. 내 마음을 어떻게든 꺼내어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열망. 그것이 나를 예술로 이끈 힘이었다.
나는 단지 말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넘쳐나는 말들, 그러나 말로는 부족해 가슴속에 머물던 것들. 그 말들은 차곡차곡 쌓여 결국 넘쳐흘렀고, 그 넘침은 말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흘러갔다. 나는 알지 못했던 나를 발견했다. 머릿속에서 맴돌던 감정들이 소리가 되고, 모양이 되고, 이야기가 되어 흘러나오는 순간을. 그것은 나 자신을 새롭게 만나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 발견이 나만의 것으로 머무르길 원하진 않았다.
나의 표현들이 당신에게 닿기를 바란다. 내가 품고 간직했던 것들이 이제 당신의 ‘감동 모음집’ 한 켠에 자리하길. 내 안의 감정들이 당신에게 다다랐다면, 그 순간 당신은 무엇을 느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