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보면,

도망치다 보면 어디로 갈까

by Tannamu

지금에서야 이해되는 말들이 있다. “결국 혼자의 힘으로 일어서야 하는 법”이라는 말. 그 말은 우울을 이겨낸 사람들에게는 진리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겐, 그 말이 얼마나 깊이 파고드는지. 그 말을 건넨 사람은 모른다. 혼자 일어서야 한다는 말은,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손 내밀 곳이 없었던 날들, 그 말은 공기마저 무겁게 했다.

아버지는 늘 남 탓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 몸이 아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날에도, 후유증에 눌려 바닥을 헤매던 날에도 그 말씀은 변하지 않았다.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지 마라.” 내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날에도 그랬다. 현실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뜻이었을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며 극복하라는 격려였을까. 지금에 와서야 그 말을 되새겨 본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그저 아팠다. 너무 아팠다.


“언젠가 당신이 나를 바라봤을 때,
그곳에 난 도망치고 있을까요?
날 욕하지 말아요.
당신이 열심히 살라고 했었잖아요.”


-2019년의 메모-


그 시절, 이 문장을 썼다. ‘On Second Thought'를 만들던 어느 날의 메모였다. 도망치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탓하면서도, 어쩌면 그 도망침이 열심히 달려가는 것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애써 위로하던 마음. 아버지를 떠올리며 죄송함과 원망이 뒤섞였던 순간. 나의 어린 마음이 어쩌지 못한 채 남긴 흔적이었다.


나는 한숨을 붙잡고 살았다.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는 숨. 그것은 단순한 피로나 체념의 표시가 아니었다. 한숨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하루 종일 땅이 꺼질 듯 한숨만 쉬는 너가 마치 숨이 벅차 보인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그 한숨을 애써 품으며 버티고 있었다. 한숨은 이완과 안정, 그리고 해소를 가져다준다고들 한다. 나에게도 그랬다. 한숨은 잠시 멈추게 했고, 다시 걷게 했다.

코로 깊게 한숨을 쉬며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 쓴웃음 같아 마음이 애틋해진다. 입술에 힘을 주고 깊게 내쉴 때, 그것은 나만의 조용한 의식이 되었다. 한숨 속에서 나는 결심하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다 멜로디가 떠올랐다. 한숨처럼 반복되던 리듬과 내 숨결 속에서, 나는 단어를 꺼내고 마음을 풀어냈다.

‘On Second Thought’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한숨 속의 작은 여운들이 노래가 되었고, 그 여운은 멜로디로 이어졌다.

한숨은 나를 잠시 묶어두었지만,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것은 무언가를 포기하려는 몸짓이면서도, 희미하게나마 무엇인가를 향한 손짓이기도 했다. 그렇게 한숨 속에 남은 감정들은 멈추지 않고 음악이 되었고, 나는 그 음악 속에서 또 다른 길을 걸었다.


...


“네가 하고 싶은 음악도 좋지만, 대중적인 것도 해봐. 아이돌 음악처럼 말이야.” 그렇게 말하시던 아버지는 저녁이 되면 거실에 앉아 내가 만든 노래를 들으셨다.

“사실 이건 아버지 생각하며 썼어요.”라는 말을 삼킨다.


도망치다 보면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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