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책 (2)
나도 내 음악을 언젠가 흘려보내게 될까.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나 역시 달라진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다르듯, 내일의 나는 오늘의 노래를 더 이상 듣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내 음악이 나의 삶을 깊게 채우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선율이 옅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간다.
사실 나는 내가 듣기 위해 노래를 만든다. 오래된 사진첩을 펼치듯, 한 곡을 재생할 때마다 지난날의 내가 손짓한다. 그때 어떤 걱정과 고민을 품었는지, 어떤 밤을 지새웠는지, 곡 안에 깃든 마음들은 거울처럼 나를 비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감정들은 더 깊어진다. 오래 숙성된 감정은 내가 여전히 선명한 나임을 증명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 노래들이 언젠가 내 손을 벗어나 희미해진다면 어떨까. 한때 온 마음을 실었던 소리가 어느 날 더 이상 손이 닿지 않는 바람 같은 것이 된다면. 그런 상상을 하면 약간의 허전함이 인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감정도 움튼다. 감정의 옅어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건 변화하는 나를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노래가 희미해진다는 것은,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이 더 이상 나를 붙들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한때 나를 집어삼켰던 무게가 어느새 가벼워졌다는 것을. 그 가벼움이 상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흐려진다는 것은 소멸이 아니라 부드럽게 변해가는 일에 가깝다.
지금 이 순간 진하게 깃든 감정이 나중에 흐릿한 자국으로 남는다 해도, 그 흐릿함을 받아들이면 변하는 세상과 나를 한결 차분히 바라볼 수 있으리라. 그럼 그것은 포기나 물러섬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새로운 뜻을 건져 올리는 힘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