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

by Tannamu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아니면 새롭게 알게 된 사람에게 내 작업을 설명하던 순간들이 있었다.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며 보여준 것들이, 결국 너무도 나 같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걸어올 때는 몰랐다. 낯선 시도를 하고, 익숙한 감정을 넘어서려 했던 그 모든 과정들이 결국 나를 만든 것이다.


익숙한 감정들이 있다. 마치 오래도록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같은 감정들. 그것들은 나를 이루는 중심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중심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익숙함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감정의 결을 만나고 싶어진다. 낯선 길 위에서 발견한 감흥이 나를 자극하고, 그 자극은 다시 나를 움직이게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 표현하는 언어와 방식이 많아질수록 내 마음의 결이 더 풍성해질 거라 믿는다. 나조차도 낯설게 느껴질 만큼, 남들이 ‘이건 너가 했겠지’라고 짐작하지 못할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낯선 재료와 방식을 탐구하며, 스스로도 흥미로운 작업들을 완성해 나간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들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그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정말 너 같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잠시 멈춘다. 나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써 보았는데, 왜 사람들은 그 속에서 여전히 나를 발견하는 걸까.


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중요한 사실을 배운다. 내가 낯선 시도를 할수록,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할수록, 오히려 내가 누구인지 더 선명해진다는 것을. 어떤 재료와 방식을 사용하든, 결국 나만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것은 내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흘러나온 무언가다.


어쩌면 ‘나다운 것’이란, 내가 벗어나려 애썼던 흔적들, 그 모든 시도들이 만들어낸 결과일지도 모른다. 익숙함 속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하고, 새로움 속에서도 나를 찾아내는 반복적인 과정. 그 과정이 결국 나를 나답게 만든다.


결국, 나다. 내가 어떤 걸음을 내디뎌도 나라는 흔적은 남는다. 벗어나려던 시도들조차 나를 만들어왔다. 그리고 그 흔적들은 겹겹이 쌓여,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를 증명해준다.


예술을 한다는 건 어쩌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나를 찾고, 나를 탐구하며, 결국 나를 다시 만나는 과정.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방식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표현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나는 결국 나를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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